정부 늑장행정…朴 “페이고”…옛 도청사 매각 이중고

내년 예산확보 불투명… 野 “800억 반영” 촉구

옛 충남도청사 매입이 정부의 늑장 행정과 박근혜 대통령의 '페이고'(pay-go) 발언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매입주관 부처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데다 내년 정부 예산 반영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안이 자칫 장기 표류할 가능성마저 점쳐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충남도에 따르면 옛 충남도청사의 국가 매입을 주요 골자로 한 도청이전특별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고서 지난 2월 6일 공포됐다. 하지만, 특별법이 공포된 지 넉달이 다 돼가도록 매입 주관 부처는 결정되지 않았다.

특별법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옛 도청사 활용계획 수립에 나선 문화체육관광부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 모두 뒷짐을 쥐고 있다.

매입주관 부처 결정은 문체부가 시행 중인 '옛 도청사 활용방안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2016년 7월 이후에나 결정될 전망이다. 이러면 매입비용은 빨라야 2017~2018년 정부 예산에 반영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매각대금으로 내포신도시 정주 여건 확충에 나서려는 충남도와 옛 충남도청사를 원도심 활성화 전진기지로 삼으려는 대전시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페이고' 원칙을 강조하면서 옛 충남도청사 매입이 더욱 순탄치 않게 됐다. 이 원칙은 재정지출 수반하는 사업의 경우 재정조달 방안을 반드시 마련토록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2015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입법을 통한 무분별한 지출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재정을 수반하는 법률 입안시 재정 조달 방법도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페이고 원칙을 옹호했다. 특히 이날 회의 자료에 재원대책 없이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법안의 국회통과 사례에 도청이전특별법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예산 확보 과정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충남도당은 26일 옛 충남도청사 매입 예산 800억원을 2016년 정부 예산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도당은 이날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옛 충남도청사 국가매입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며 “매입 주관 부처를 문화체육관광부로 조속히 결정하고 2016년 국가 예산에 매입비 800억원을 반영하라”고 주장했다.

내포=강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