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首長)에 대한 첫 사법 판단이 나온 후 우려했던 공직사회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이 현실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면서 난국을 타개할 돌파구 마련이 시급할 정도다.
우선 현안사업은 상반기 내내 내놓을만한 성과가 없을 정도로 성적표가 초라하다. 구체적인 성과를 내며 승승장구했던 지난해 하반기와는 대조적이다.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의 핵심인 사이언스 콤플렉스를 비롯해 충청권 광역철도망과 대전컨벤션센터 다목적전시장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회덕IC 건설 국비 반영 등이 지연되고 있다.
콤플렉스의 경우 시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콤플렉스 옆에 있는 한국특허센터 부지(6600㎡)를 신세계 측에 넘기는 것으로 합의했다. 부지를 주는 조건은 콤플렉스 43층 유지다. 랜드마크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특허센터 터를 주는 대신 미래부의 200억 지원 불가로 축소(38층) 가능성 큰 콤플렉스를 애초 계획안대로 조성해 달라는 것이다. 어차피 시로부터 부지를 무상제공받은 특허센터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내에 더 넓은 부지로 가도 손해 볼 게 없다.
신세계가 시와 미래부의 제안을 수용한다면 6개월 가까이 끌었던 콤플렉스 조성을 위한 최종 협상은 마무리 될 수 있지만, '유통공룡'에게 알짜배기 땅을 또다시 제공한다는 논란은 넘어야 할 산이다.
애초 3월에 이어 6월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충청권 광역철도망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는 하반기에도 장담할 수 없고, DCC 다목적전시장 예타 결과 또한 마찬가지다. 두 사업 모두 한국개발연구원이 예타를 진행 중이지만, 결과가 나오는 시기에 따라 예산도 반영된다는 점에서 자칫 실시설계 등을 비롯한 애초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
회덕IC 조성은 시와 국토교통부가 공동 부담하기로 합의했음에도 기획재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고, 원도심 재생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충남도청사 활용방안 마련을 위한 도청사 터 국가 매입과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는 사실상 연내 물 건너간 상태다.
그나마 대전산업단지 재생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상승세를 끌고 갈만한 현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인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은 난제가 많다. 당장 7월부터 토지보상을 시작해야 하는데, 적정 보상가와 절차를 놓고 토지주와 마찰이 커지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도시공사의 불성실과 담당직원 교체까지 거론될 정도다. 여기에다 시민단체와 지역정치권까지 가세해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권선택 시장의 1심 선고 후 현안 회의를 일주일 두 번으로 늘려 고삐를 죄고 대전시의회 의장과 5개 자치구청장도 나서서 공직자의 임무 소홀에 대해 우려의 메시지를 보내며 경계했지만, 체감 효과는 미지수다.
시 관계자는 “충청-호남권 7인 광역단체장 회동과 대전-세종 상생협력 방안 마련, 대전산단 재생사업 등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조만간 콤플렉스 사업까지 성사되면 상반기 평가는 잘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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