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시민들의 노력으로 대전 중구 대흥동의 한 건물 옥상에 움직이는 갤러리가 탄생한 가운데 20일 수강생과 시민들이 전시된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대전 중구 원도심 뒷골목에 도시재생의 희망의 꽃이 피고 있다.
지자체가 원도심 재생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도 서로 힘을 합쳐 원도심을 시선이 머무를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중구 대흥동의 한 골목. 여느 원도심의 모습처럼 좁은 골목길 양 옆으로 노후된 건물이 길게 늘어서 있다. 골목길을 마주보고 촘촘하게 붙어 있는 건물 1층엔 상가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2층부터는 주거공간 및 작업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원도심의 특성상 1층 상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공실로 남아 있는 쓸쓸한 골목길이다.
이처럼 시민들의 발길이 뜸한 원도심 뒷골목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동안 방치된 건물 옥상이 갤러리로 꾸며지는 등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
흔히 갤러리는 조용하고, 엄숙하고, 깨끗하고 넓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곳 옥상 갤러리는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등 따스한 햇빛 만큼이나 활기찬 분위기였다.
옥상 갤러리의 정식 명칭은 '움직이는 갤러리'다. 어윤숙 대전시민대학 강사(꿈꾸는 완년 힐링 미술 수채화교실)와 수강생들이 합심해 마련했다.
비록 전문가가 아닌 수강생들의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지만, 방치되고 있는 원도심 건물을 충분히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수강생 송인하(67·안산동)씨는 “그동안 시민대학 내부에서 작품을 전시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갤러리까지 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수강생 박혜숙(56·둔산동)씨는 “수강생 대부분 50~70대로, 그림에 대한 꿈은 있었지만 먹고 사는데만 신경쓰다가 이제야 그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라며 “모두 초보였는데, 어느덧 갤러리까지 하는 등 점점 발전해 가는 모습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어윤숙 강사는 “빈 건물의 옥상처럼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공간을 누군가의 시선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갤러리를 시작하게 됐다”며 “요즘 가벼운 음악회가 많이 열리는데, 움직이는 갤러리를 통해 그림에 대해서도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움직이는 갤러리인 만큼 길거리 등 다양한 곳에서 갤러리를 열 생각”이라며 “거창하고, 엄숙한 갤러리가 아닌 소박하지만 밝고, 활기찬 갤러리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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