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모델이 된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체계가 확립되기까지 50년 이상 서서히 정착됐고, 정부 간섭을 최소화한 채 연구와 자율성이 보장됐다는 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 출연연의 지배구조상 정부나 부처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 만큼 현실과 정책이 겉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9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1949년에 설립된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60개 이상의 연구소를 둔 유럽지역 최대의 응용과학기술 연구기관이다.
실용연구를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안전·보안, 정보·통신, 에너지 등 6개 분야를 기반으로 연구하고 있다.
연간 예산 중 3분의 1은 독일 정부와 주 정부 출연금, 나머지는 민간·공공분야 위탁연구를 통한 수입 창출로 충당한다. 민간·공공분야 위탁연구를 통한 수입이 줄어들면 정부 출연금 또한 축소된다.
연구소 예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민간·공공분야 위탁연구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실용적인 응용연구를 핵심적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6개 출연연을 '한국형 프라운호퍼' 연구소로 혁신해 나갈 방침이다.
출연연간 과당 경쟁 원인으로 지목된 PSB(정부과제수주) 비중을 줄이고, 민간수탁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공공연구노조와 과학기술계 일각에서는 정부나 주무부처의 간섭이 여전하고, 민간기업의 R&D 투자 여건이 녹록지 않은 탓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또 출연연의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중소기업 기술 지원을 기관 설립의 주된 목적으로 해서 만들어진 산업부 소속의 15개 전문생산기술연구소 기능, 역할, 지배구조까지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연구노조 관계자는 “출연연 혁신을 위해서는 연구현장의 독립성 보장과 자율성 확보라는 명제가 필요하다”며 “관료주의와 부처 이기주의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한국형 프라운호퍼 연구소 정착이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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