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출범한 대덕특구는 역사 만큼 우리나라 연구개발의 최적지로 꼽혀 온 만큼 재도약과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18일 지역 과학기술계와 출연연 등에 따르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10여 년 전 대구(대경권)와 광주(호남권)에 분원을 설치했다.
각각 20여 명 규모(정규직 기준)에 불과하지만 IT를 기반으로 한 지역 특화산업을 연구하고 있다.
ETRI는 부산과 울산에도 연구센터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부산은 감성형 콘텐츠 개발, 클라우드 기반 사물인터넷(IoT), 해양 ICT 융합 등을 연구하고, 울산은 자동차(편의장치 서비스 및 안전시스템 기술), 조선(조선 및 육상 플랜트의 스마트 HSE 시스템), 신소재(주변환경 감응형 플랫폼 기술) 등 지역 특화산업 위주로 연구에 나설 예정이다.
인력은 대전 본원에서 절반 이상 옮겨가고, 임무 재정립 등을 통해 최대한 자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부산과 울산은 연구센터 설치를 위해 건물 무상임대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내걸고 있다.
ETRI가 별도의 자체 비용부담 없이 다른 지자체로 이동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있다.
더욱이 정부과제수주(PBS)가 부담인 상황에서 지자체 차원의 연구비 펀딩까지 가능해 ETRI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ETRI 뿐만 아니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상당수 출연연도 타 지역에 분원이나 연구센터를 설치, 기능 분산에 따른 대덕특구의 규모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대덕특구의 위상 자체도 흔들릴 수 있다.
대덕특구에 이어 2011년 11월에 대구와 광주, 2012년 11월에는 부산에 각각 연구개발특구가 신설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전북지역에도 연구개발특구의 신설 가능성이 조심스레 나오는 상황이다. 대덕특구의 입지가 갈수록 약화되고, 축소되는 우려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타 지자체가 출연연 분원 유치를 위해 다양한 혜택을 내걸고 총력을 기울이는 반면, 대전시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기득권만 유지하려는 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대덕특구에 출연연 본원이 있는 만큼 '마음 놓고 있다가 당하는 꼴'을 꼬집는 것이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타 지역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 때마다 출연연 분원 설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고, 지자체들도 여러 혜택을 제시하는 상황”이라며 “대전시도 대덕특구의 재도약과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등 대덕특구를 아우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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