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해 놨던 이탈리아산 명품 오토바이 일부 부품이 훼손되고 흠집이 나 있었기 때문.
A씨는 가해자를 찾기 위해 주차장 CCTV를 확인해보니 사고 영상은 찍히지 않았고 대신 가해자로 추정되는 음성 파일만 확보할 수 있었다.
CCTV 음성녹음 파일에는 “아! 박았네”라는 짧은 내용이었지만, 사고 가해자로 특정이 가능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 후 이 사람에게 연락을 취해 본인이 사고 가해자라는 것을 자백받았다.
이 가해자는 승용차를 후진하다 주차된 오토바이를 들이박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보험처리를 약속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가 밀려나 덮여 있던 커버가 앞바퀴에 감기면서 백미러 등 부품 훼손으로 이어졌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는 이제 됐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업체에 알아본 오토바이 부품 교체 및 수리 비용은 1600만원에 달했다. A씨가 사고 가해자를 못 찾았을 땐 이 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던 것.
그러나 오토바이 수리비를 보상받는 길은 험난했다.
A씨가 소유한 오토바이는 신차 값만 4000만원 정도로 워낙 고가여서 가해자 측 보험사가 피해금액을 쉽게 인정하지 않아서다.
보상금 협상에서도 양측의 견해차는 너무나 크다. A씨가 손해를 감수하고 협상안으로 제시한 금액은 1000만원이었으나, 보험사의 제시액은 50만원에 불과했다. 초기 합의 의사를 내비치던 가해자 측 보험사는 말 바꾸기를 일삼았다.
보름 가까이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보험 청구액이 과하다며 A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까지 냈다.
보험사의 법적 대응으로 한순간에 피해자에서 가해자 신세가 됐다는 생각에 A씨는 허탈감에 빠졌다.
A씨는 “보상은 둘째치고 피해자 측과 보험사 직원으로부터 진정한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면서 “정당한 보상 요구를 보험 사기로 몰아가는 보험사의 행태에 기가막힐 노릇”이라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이 사고로 오토바이 대여 영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가게 문을 닫아야만 했다. 사고에 따른 영업손실금은 약 3000만원 정도로, 그는 손해배상 관련 반소를 제기할 계획이다.
A씨처럼 보험사가 협상이 잘 안되거나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송을 당한 개인이 법적 대응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셈이다.
지역 법조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가 가입자나 보상 대상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소송을 거는 사례가 빈번하다”면서 “이런 소송은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각하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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