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순례의 길]탄압을 피해 숨은 이곳, 아름다운 성지가 되다

[日 순례의 길]탄압을 피해 숨은 이곳, 아름다운 성지가 되다

고토로 이주한 가톨릭 신자들 불교 신자로 가장해 '잠복생활' 나가사키현 성당의 40% 차지… 명장 손길 닿은 건축미에 감탄

  • 승인 2015-05-14 14:04
  • 신문게재 2015-05-15 12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한국가톨릭성지순례단 나가사키현 순례의 길을 가다 (3)]

▲ 가시라가시마 성당
▲ 가시라가시마 성당
한국가톨릭성지순례단(지도신부 김정수 내동성당 주임신부)과 60명의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가톨릭 신자들과 함께했던 일본 나가사키와 고토 성지순례 동행 취재기를 지난주에 이어 지면에 담아본다.

▶시모고토
고토시는 나가사키현의 서부, 나가사키항에서 서쪽으로 약 100㎞ 지점 동중국해 위에 떠있는 고토열도의 남서부에 위치한다. 후쿠에섬, 히사카섬, 나루섬, 사가섬 등 11개의 유인도와 52개의 무인도로 구성돼 있다. 고토시의 지질은 대부분 사암, 역암, 혈암으로 되어 있고 지형은 매우 복잡하며 해안선은 굴곡이 심하다. 경관이 아름답고 대부분이 사이카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후쿠에 성당=후쿠에 성당의 역사는 1896년 히사카섬에서 최초의 신자가 후쿠에 지구로 이주해 온데서 시작한다. 그 후 페루 신부가 1910년을 전후해 당시의 공립병원 건물과 부지를 함께 구입해 성당으로 개조했다. 1914년 옛 조사키 소교구에서 분리 독립해 새로 후쿠에 소교구로 첫발을 내딛었다. 후쿠에 성당 신자들의 오랜 꿈이며 현안이었던 새성당 건설은 1962년 헌당 이후 5개월만에 시가지 대부분을 소실시킨 후쿠에 대화재로 나가사키현 최대의 화재였지만 기적적으로 소실을 모면하고 불탄 자리에 우뚝 서 있어 부흥의 상징으로서 시민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도자키 성당=1879년 임시 성당이 건립됐고, 1908년 현재의 붉은벽돌 고딕양식 교회가 완성됐다. 이후 1974년 나가사키현의 문화재로 지정됐다. 1977년부터는 천주교 자료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이 결정된 나가사키의 교회들과 기독교 관련 유산을 구성하는 교회 중 하나이다. 이 곳은 메이지시대가 되어 기독교에 대한 오랜 탄압과 박해가 끝난 뒤 고토 지역에서 최초로 신자들이 상주하는 성당이었다. 그후 시모고토지구의 가톨릭 신앙의 중심지가 됐다.

▲미즈노우라 성당=18세기말 오우무라한에서 이주해온 잠복 기리시탄 가운데 5명의 남자와 그 처자들은 불교도를 가장하고 몰래 그리스도교를 믿었다. 현재의 미즈노우라 신자들은 금교의 방이 철거되고 7년 후인 1880년 미즈노우라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 위에 최초의 성당을 건립했고, 6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성당은 세차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노후화돼 재건축하기에 이르렀다. 현재의 미즈노우라 성당은 1938년 명장 데츠가와 요스케의 설계시공으로 건축했다.

▲이모치우라 성당=이모치우라 성당은 1897년 프랑스 선교사 페루 사제의 지도에 따라 건설됐고 페루 사제는 프랑스의 성모 발현지 루르드를 모방한 동굴을 만들 것을 신자들에게 호소했다. 페루 사제는 모국 프랑스에서 가져온 루르드에 기적의 샘물을 붓고, 프랑스에서 가져온 성모상을 동굴에 모셨다. 1900년에는 쿠잔 주교 집전으로 이모치우라 성당 루르드의 성대한 축성식을 거행했다. 로마네스크 양식 건축물로 이름이 났던 이모치우라 성당도 90년 후인 1987년 태풍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어 헐어버리고 다음해 새로 현재의 이모치우라 성당을 건립했다.

▲ 기리시탄 동굴
▲ 기리시탄 동굴
▲기리시탄 동굴=와카마쓰 항에서 약 10여 분 해상 택시를 타고 가면 있는 이 동굴은 기리시탄 박해가 닥쳤을때, 세 가구가 탄압을 피해 숨어들었던 곳이다. 동굴 내부는 깊이 70m, 폭 5m 정도의 십자가형 구조로, 벽에는 성모상을 모시고 십자가를 새겼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 1967년 동굴 입구에는 높이 4m의 십자가와 3.6m의 그리스도상이 세워졌고, 매년 11월에는 동굴 앞 넓은 회장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다. 그 당시 이 장소에 숨어있던 신자들의 후손이 아직도 와카마쓰에서 선조의 신앙을 지키고 있다. 이 기리시탄 동굴 근처를 배를 타고 지나가다보면 고토 사투리로 '하리노멘도'라 불리는 바늘구멍 바위가 있다. 이 구멍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 보인다고 해서 순례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가미고토

시모고토에서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는 가미고토에 가면 아름다운 성당들이 순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중 한국가톨릭성지순례단이 순례한 성당 몇 곳을 소개한다.

▲와카마츠 오우라 성당=나가노우라와 오무라 영토에서 이주한 선조들이 1940~50년대에 민가를 구입해 성당으로 만든 것으로 입구 상단에 십자가가 있다. 성당의 제단 윗부분에 위치한 성모상은 서양풍을 따르지 않는 동글동글한 얼굴의 배 나온 마리아상이 인상적으로, 마리아상의 발밑에는 고토열도 신앙의 상징인 동백꽃이 장식돼 있다.

▲ 나가노우라 성당
▲ 나가노우라 성당

▲나가노우라 성당=작은 포구에 세워진 나가노우라성당은 교회 건너편 강가의 수면 위에 비친 교회 풍경이 그림같이 아름다운 교회로 화단의 꽃밭도 매우 정겹고 소담스럽다. 교회 기둥 위쪽에는 고토 특유의 동백꽃 장식이 아름답게 빛난다. 물거울성당이라고도 불린다.

▲아오사가우라 성당=고토열도의 나카도리섬 북부에 있다. 막부 말기 우라카미 세번째 박해의 순교자인 초카타 요시조오가 이 부근에 숨어있다가 아오사가우라에서 잡혔던 곳이다. 소토메에서 이주한 기리시탄들의 자손인 50여 가구 신자들의 힘으로 해안 가까운 장소에 자리잡은 집합장소로 1910년 명장 데츠가와 요스케가 붉은 벽돌로 시공한 세번째 성당이다. 성당 입구의 상부쪽에 원형의 장미 모양인 스테인드글라스의 우아함이 돋보이는 이 성당은 2010년에 창립 100주년을 맞이했다. 2001년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됐다.

▲가시라가시마 성당=데츠가와 요스케는 불교신자였지만 대부분의 일본 성당은 그의 손에 의해 완공됐다. 요스케가 설계하고 시공한 가시라가시마 성당은 로마네스크풍의 석조 건물로 1919년 완공됐다. 박해를 피해 고토로 이주한 그리스도 신자들이 불교신자로 가장해 잠복신자로 살았던 곳이다. 그러나 고토 박해로 많은 신자들이 순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박해에 굴복하지 않고 신앙을 지킨 신자들은 1873년 금교령이 해제된 후 신앙의 자유 시대를 맞이했다. 나가사키현에는 130여 개의 성당이 있는데 그중 3분의 1 이상이 고토에 있다.

한국가톨릭성지순례단 단장인 김정수 신부는 “이번 성지순례를 통해 박해를 피해 오지의 섬으로 이주해 오면서까지 순결한 신앙을 지키고자 했던 일본 천주교 신자들의 숭고한 신앙을 본받아 우리의 신앙관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본 나가사키·고토=한성일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안양시, 평촌신도시 정비 ‘청신호’ 가속
  2. 위기 미혼한부모 가정에 3000만 원 후원금 전달
  3. 환자 목부위 침 시술 한의사, 환자 척수손상 금고형 선고
  4. 대전서 교통사고로 올해 54명 사망…전년대비 2배 증가 대책 추진
  5. 자립준비청년 자기계발비 300만원 후원
  1. 천안시, '담헌달빛관' 개관
  2.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2025년 활동지원사 힐링나들이'
  3. 장애인 보조견 환영합니다
  4. “웃으며 배우는 가족 소통법”
  5. 인문정신 속의 정치와 리더십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민자 4000억 유치 `K-모빌리티 허브` 만든다

충남도, 민자 4000억 유치 'K-모빌리티 허브' 만든다

충남도와 당진시가 국내 기업과 손잡고 당진항 일원에 대한민국 자동차 수출을 이끌어갈 최첨단 복합물류단지를 조성한다. 조성이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면, 민선8기 도가 중점 추진 중인 '베이밸리 건설'과 '당진항 수출 전진기지 육성' 전략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17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이정환 SK 렌터카 대표이사 등과 '케이(K)-모빌리티 오토 허브 일반물류단지 조성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국 처음으로 자동차산업과 항만물류를 결합시킨 K-모빌리티 오토 허브 일반물류단지는 당진..

대전 청약시장 쏠림현상 뚜렷… 옥석가리기 심화되나
대전 청약시장 쏠림현상 뚜렷… 옥석가리기 심화되나

올해 대전 아파트 청약시장에서는 특정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입지와 분양가 등 경쟁력을 갖춘 인기 단지가 선별되면서 '옥석 가리기'가 한층 심화되는 분위기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에 나선 '도룡자이 라피크'가 침체된 분양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GS건설이 공급한 도룡자이 라피크는 1~2순위 청약에서 214세대 모집에 3636건이 접수되며 평균 16.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84㎡B형은 59.16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대부분 1..

민주당, 내년 지방선거 공천 위해 모든 당원 ‘1인 1표’ 도입
민주당, 내년 지방선거 공천 위해 모든 당원 ‘1인 1표’ 도입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공천을 위해 모든 당원에게 ‘1인 1표’를 부여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에 착수한다. 그동안 대표나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했던 규정을 개정해 모든 당원에게 투표권을 동등하게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정청래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내년 6·3지방선거에서 열린 공천 시스템으로 공천 혁명을 이룩하겠다"며 "19일과 20일 이틀간 1인 1표 시대 당원 주권 정당에 대한 당원 의사를 묻는 역사적인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계절의 색 뽐내는 도심 계절의 색 뽐내는 도심

  •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