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 초 담임을 맡은 세종시의 모 중학교 새내기 A교사는 요즘 담임 맡은 걸 후회한다. 처음엔 아이들과 일상사를 공유하며 지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담임을 맡았지만 해야 할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직 서툰 업무도 문제지만 복잡한 생활기록부입력(나이스입력)과 기타 행정업무로 담임역할에 집중할 수가 없다.
#2. 교직생활 20년차인 대전의 B교사도 담임을 맡기 싫은 건 마찬가지다. 아이들과 세대차이가 많이 나 정서적 교감이 어렵고 학부모들의 민원과 교육청에 보고할 행정업무 부담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담임을 하면 승진에 미치는 영향도 적어 담임은 피하고 싶다.
A와 B교사처럼 담임 맡은 것을 후회하거나 기피하는 현상이 교직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 중·고교 기간제 담임 비율은 중학교 14.33%(288명), 고등학교 12.52%(233명)로 집계됐다. 중학교의 경우 기간제 교사로 채용된 교사의 64.8%가 담임을 맡았으며, 고등학교는 45%의 기간제 교사가 담임직을 수행하는 등 중등 기간제 교사의 절반이상이 담임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담임 기피 현상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의원(관악 갑)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고등학교 교원현황'에 따르면 전국 고교 정규교사 11만6231명 중 실제 담임을 맡는 정규교사는 45%(5만1770명)에 불과해 절반 이상이 기간제로 대체하고 있다.
학생 관리를 담당해야 할 정규직 교원들이 기간제 교사들에게 학급 담임을 맡기고 있는 것은 담임을 수행할 경우 수업준비외에 업무가 가중되는 데다 교권 추락으로 제자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육아·출산 휴가의 휴직자가 늘어난 것도 한 이유로 풀이된다.
전교조 대전지부 안동수 사무처장은 “담임에 대한 기피현상은 업무과중,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과 소통을 힘들어 하기 때문”이라며 “나이스입력(생활기록부)하는 것도 고충이다. 학부모가 항의하며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학부모의 각종 민원을 처리하기 어려운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박고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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