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전에 소재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명수(29)씨는 얼마 전부터 준비하던 공무원시험을 과감히 포기하고 한 벤처기업의 인턴 직원으로 취업했다.
두번의 졸업유예에도 불구하고 결국 졸업과 함께 실업자가 된 김 씨는 이번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자 결국 전공과는 무관한 사무보조원의 인턴 직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취업에 성공한 김 씨가 첫달 받은 월급은 120만원 안팎. 김 씨는 “학자금 대출금과 방세를 내고 나면 용돈도 빠듯할 지경”이라며 “이 상황에 결혼은 커녕 연애도 인간관계도 모두 사치”라고 말했다.
결혼과 출산, 연애를 포기하는 3포 세대에 이어 인간관계와 내집마련까지 포기하며 사는 5포 세대가 신조어로 떠오르고 있다.
계속된 경기 불황으로 취업난이 심각해 지면서 일명 '88만원 세대'의 비정규직들로 전락한 젊은이들이 결혼은 커녕, 연애는 포기하는 삶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은 30만5507건으로 전년 대비 5.4% 감소하며 지난 2003년 30만2503건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혼인이 줄면서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도 1970년 조사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50세까지 결혼하지 않은 '생애미혼율'도 지난 2010년 기준 남성 5.8%, 여성 2.8%로 집계됐다. 100명중 남성은 약 6명, 여성은 3명이 결혼하지 않는 삶을 사는 셈이다.
삶이 고단한 젊은 세대로 갈수록 혼인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혼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15~24세는 지난 2012년 54.9%로 절반에 그쳤다. 지난 2008년 57%에 비해서도 떨어진 수치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결혼에 대한 부정적 생각은 취업난 등 경제적 이유와 직결된다고 풀이했다.
정규직 취업이 갈수록 힘든 상황에서 인간관계를 맺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데다 결혼을 결심해도 집이나 혼수 등을 장만해야 하는 현실적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반 소셜 데이팅 업체 정오의 데이트가 20~30대 싱글 남녀 1만 9485명을 대상으로 '연애, 결혼, 출산 중 가장 포기하기 힘든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도 여성의 58%, 남성 52%가 연애를 꼽은 반면, 결혼은 남성과 여성 모두 31%로 뒤를 이었다.
연애보다는 결혼을 포기할수 있다고 응답한 젊은이들이 더 많다는 의미로 더이상 젊은층에게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최이돈 한남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최소한의 퀄리티를 보장할수 있는 사회적 노력과 함께 젊은이들 역시 사회를 향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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