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교단]'학생이 무서워' 작아지는 스승

최근 3년 교권침해 791건, 학생들 폭언·욕설 난무 일부 교사 우울증 앓기도… '교원 보호법' 제정 시급

[흔들리는 교단]2. 고개숙인 교단

충남의 한 고등학교에 재직중인 교사 A씨는 아직도 지난 해만 생각하면 식은땀이 난다. 그동안 꿈꿔왔던 교사로서 첫발을 내디딘 그 해,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는 한 학생의 수업 태도를 지적하자 갑자기 욕설과 폭언을 하며 웃옷을 벗은 뒤 자신을 위협해 왔기 때문이다.

상당기간 우울증 치료를 받기도 했던 A교사는 학교를 바로 옮기지도 못해 지난 한 해 내내 해당 학생과 계속 마주쳐야만 했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말은 이제 옛말. 학생들로부터 폭언·욕설, 심지어 폭행까지 당하는 교사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11일 대전 및 충남교육청에 따르면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현황은 대전에선 지난해 253건이 집계됐다. 2012년은 236건, 2013년은 302건에 달했다. 지난 3년간 대전지역 학교 현장에서 791건의 교권침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 중 학생의 교권침해는 771건이다. 또 폭언이나 욕설이 432건(56.03%)으로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의 절반을 넘었다. 수업진행 방해는 182건(23.6%), 폭행도 12건(1.56%)으로 집계됐다.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폭행사건은 2012년 2건에서 지난 2013년 7건, 2014년 3건 등 꾸준히 일어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충남에서도 교권 침해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해 198건이 확인됐다. 2012년에는 224건, 2013년은 193건의 교권 침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교단에서의 교권침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아이들이 잘못해도 지적을 망설이는 교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교권침해 사례가 발생해도 대부분이 학교 안팎의 봉사나 출석 정지에 그치고 있는 데다 자칫 학부모들로부터 2차 교권 침해까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교권침해 예방을 위해 지난 2012년 교육법률지원단 설치와 변호사 상주를 골자로 한'교원예우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지만 이듬해 교권침해 사례는 오히려 더 늘어나는 등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학생인권 조례와 같은 교권보호법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전교총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교육청에서도 교원의 권위를 살려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게 많지 않았느냐”며 “교권보호법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상태지만 아직 통과가 안 되고 있는데 빨리 처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희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