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해체의 그늘]친척은 명절때만 보는 잔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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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해체의 그늘]친척은 명절때만 보는 잔소리꾼?

지나친 관심과 비교 스트레스…삼촌·이모 '기피대상 1호' 사소한 일이라도 가족행사로, 자주 만나 소통의 시간 가져야

  • 승인 2015-05-10 17:16
  • 신문게재 2015-05-11 7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가족해체의 그늘-가정의 달 기획] 4. 멀어지는 친척


한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포함됐던 '친척'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가족관계증명서에도 직계 3대만 나오는 만큼 '친척은 더 이상 가족이 아니다'라는 웃픈(웃기고 슬픈)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친척이 모일 수 있는 자리는 설날과 추석, 제삿날 정도인데 이 자리마저 피하는 사람들이 늘어 친척은 이웃보다도 더 어색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친척간의 어색함과 멀어짐은 현대 사회의 산업화와 빠른 핵가족화의 영향이 크다. 또한 저출산 현상과 아예 애를 낳지 않는 부부들이 늘면서 친척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오고 있다.

▲친척은 잔소리꾼이자 비교대상= 매년 친척들을 만날 수 있는 추석과 설날은 일부 사람들에게 귀찮고 짜증나는 날로 여겨진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성인 남녀 1546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를 앞두고 가장 우려하는 것'을 설문한 결과 '잔소리 등 정신적 스트레스(26.7%)'가 1위를 차지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나에게 쏟아질 친척들의 부담스러운 관심(28.0%)'이 명절 스트레스 1위로 꼽혔다. 여기에 '덕담을 가장해 아픈 곳을 콕콕 찌르는 잔소리(20.4%)'가 2위에 올랐다. 친척들이 가족이 아닌 잔소리꾼으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김지연(31·가명)씨는 친척과의 인연이 끊긴지 오래다. 어려서는 공부, 대학생 때는 취업, 직장을 잡자 연봉에서부터 결혼시기 등 친척들의 관심이 끊이질 않았다. 결혼을 하고 나니 자녀 계획을 물었다. 명절이 두려워짐은 물론 가까워질수록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다. 결국 명절에 가족끼리만 여행을 가거나 휴식을 갖기로 결정했다. 명절을 피하니 자연스레 친척들과의 인연이 끊겼다.

순위나 점수를 매기고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습성 탓인지 친척은 가장 가까운 비교대상이다.

지방 국립대 공대를 다니고 있는 이정준(25·가명)씨는 며칠 전 동갑내기 사촌인 이원준씨와 주먹다짐을 했다. 싸움은 어른들끼리의 학벌과 스펙비교에서부터 시작됐다. 서울 S대 인문대 재학 중인 원준씨에 대한 칭찬과 자랑이 쏟아졌다. 정준씨 부모는 정준이가 지방 국립대를 다니고 있지만 요즘은 문과보다 공대가 취업이 잘된다고 주장했다. 어색한 분위기에 정준씨와 원준씨는 식당 밖으로 나왔지만 사촌들도 다르지 않았다. 원준씨의 “공대는 공돌이들 아니냐”는 지적에 정준씨는 주먹을 내질렀다.

▲자주 소통하는 것이 해답=전문가들은 잦은 소통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사소한 일이라도 가족 행사 차원으로 발전시켜 자주 만나야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해 연락을 꾸준히 하는 것도 좋다. 친척들 간의 대화를 잔소리로 치부하지 말고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

오원균 2015 세계효운동본부 공동총재는 “하루하루가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탓으로 친척들간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고만 있다”며 “어렵고 귀찮더라도 소통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자주 만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친척들과 멀어지는 만큼 한번이라도 더 전화하고 만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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