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4년생. 호수돈 여고·공주교대 졸업. 대전대 행정학 박사. 대전 옥계초·대전가오초 교장, 대전시교육청 초등정책과장 역임. 제46대 호수돈여고 총동창회장 선출. 대전천동초 교장 재임중. |
막연히 사람을 교육하는 교사라는 직업만큼 최고의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교사가 되고 보니 내가 반듯하게 사는 모습 만큼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는 교육은 없다는 것을 깨닳았다. 40년이 넘는 교단에서의 생활에서 가장 강조했던 것은 바로 '따뜻한 사람'이다.
30년전에 가르친 학생들이 tv에서 나온 모습을 보고, 신문에 낸 글을 보고 연락을 해 올 따마다 마치 헤어진 이산 가족을 만난 것처럼 가슴이 벅차 오른다. 얼마 전에는 116년의 역사를 자랑하고도 학교장 공석 사태로 파행을 빚고 있는 호수돈여고의 총동창회장을 맡았다. 이사로도 새로 선출돼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시점에 학교 운영에 참여하게 됐으니 평생 교육과는 뗄레야 뗄수 없는 운명인 듯 싶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부패척결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히면서 검찰의 사학비리 수사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성수자<사진> 호수돈여고 46대 총동창회장(천동초 교장)을 만나 최근 파행을 빚고 있는 호수돈여고 사태의 문제와 해결 방안을 듣고, 지난 40년이 넘는 교육자로서의 그의 길을 되짚어 본다. <편집자 주>
▲“모든 갈등은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 곧 정상화 될 것”=성수자 총동창회장은 지난 1975년 3월 교사로 첫 발을 내디딘 뒤 41년간 내리 교단에서, 그리고 교육 전문직으로 활동하다 지난 3월부터 다시 천동초 교장으로 재직중인 교육의 산증인이다. 지난 3월 총동창회장으로 선출돼 오는 19일부터 본격적인 동창회장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한다.
“중·고등학교를 모두 호수돈 여중·여고를 나와 호수돈이라는 학교에 대한 애착은 누구보다 컸다”는 성 회장은 “총동창회장이 됐으니 모든 동문들의 의견을 소중히 듣고 소통을 통해 호수돈 여고의 사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호수돈여고는 지난해 9월부터 8개월간 교장이 선출되지 못한 채 학사운영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5~6회의 교장 선출 안건이 이사회에서 번번히 부결되면서 이사회간 반목과 학교 구성원간 갈등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같은 상황에서 성 회장은 이번에 새로운 이사로도 선출돼 학교 법인 호수돈학원의 이사로도 활동하게 된다.
그 어느때 보다도 어려운 시기에 이사로, 또 총동창회장으로 학교 운영에 참여하게 됐으니 책임감의 무게는 어느때보다도 크다.
“최근 학교를 둘러싼 일련의 갈등은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봐요. 다만 학교법인 호수돈 학원은 1인 설립자에 의해 설립된 학교가 아니잖아요. 순수하게 이사진의 의견으로 운영돼 보니까 학교를 위한 마음은 같지만 이를 위한 방법론에서 다소 생각의 차이가 있었던 거죠. 앞으로 이사로도 활동하게 됐으니 더 합리적으로 호수돈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동문들의 의견을 들어 학교가 평온함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는 게 성 회장의 각오다.
성 회장은 “서울 재경동창회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고, 서로간의 파트너십으로 현안 사업이 무엇인지에 귀를 기울일 계획”이라며 “많은 후배들이 양성 된 호수돈 후배들도 진정한 애교심으로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 조언해 달라”고 주문했다.
▲따뜻한 사람으로 길러내고 싶어=성 회장이 교사가 돼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고등학교때 진로를 결정하면서다.
“옛날부터 교사는 정말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사람을 교육하는 그런 직업이잖아요. 그럼 최고의 직업인거죠.”
그런데 막상 교사가 되고 보니 아이를 길러내는 것은 내가 반듯하게 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깨닳았다. 성 회장이 교단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따뜻한 사람이 되자'다.
“전인 교육은 지덕체인데. 저는 덕을 먼저 뒀어요. 항상 따뜻한 사람, 남의 어려움을 끌어안고 공감하는 사람으로 길러내는 것이야 말로 교사가 해야될 일이라 생각해요.”
그런 성 회장에게 최근 일련의 교권 하락 문제나 임용고시에 매몰된 예비교사들의 모습은 다소 아쉽다.
“우리가 첫발을 내딛었을때 순수했던 선생님의 모습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많이 아쉬워요. 사실 그땐 학생 한명을 위해 밤까지 짜장면을 같이 먹어가면서 글자 하나하나를 가르쳐 주고 그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는 게 너무나 당연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열정을 가진 분들이 줄어들었죠. 아무래도 핵가족화가 되다 보니 내 아이가 최고라는 부모들이 많아진 것도 한 이유가 아닐까 해요.”
성 회장은 자신의 교육관도 피력했다.
“사실 교육은 한 사람이 전적으로 맡아서 한다고 되는게 아니예요. 나눔과 배려 속에서 지역이 연계해서 인재를 키워내야 해요. 아프리카 속담에서도 한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나선다는 말이 있잖아요. 교육은 학교 한곳에서의 교육이 아니라 사회, 지역에서, 학부모가 나서서 아이들을 키워내는 거버넌스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분야입니다.”
그런 성 회장이기에 지금도 그를 잊지 못하고 연락해 오는 제자들이 부지기수다. 30여 년전 성 회장에게 배운 제자는 물론 그들의 부모들까지 성 회장의 이름과 모습을 기억해 내고 찾아온다. '마치 이산가족들이 만난 것처럼 벅찬 기분'이라는 성 회장이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천동초를 최고의 학교로 만들 것”=성 회장은 지난 3월부터 천동초 교장으로 재직중이다.
직전 2년간 대전시교육청 학교정책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자유학기제, 공교육 정상화 과정, 초·중학교 연계 교육과정 등 중요한 교육정책은 모두 성 회장의 손을 통해 탄생됐다.
1년간의 연구 끝에 내놓은 초등돌봄교실 자료인 '도담도담 쑥쑥'은 매 시간별로 다양한 활동안을 제시해 돌봄교사들의 업무 경감은 물론 창의적인 교육교재로 호평받으며 지금은 전국 교육청에서 공통으로 교재로 쓰고 있다. 그런 성 회장이 동부의 초등학교로 돌아가 마지막 교육 경력의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성 회장은 “사실 대전시 교육 현안 중 가장 중요한 게 동서부 교육격차로 꼽잖아요. 하지만 선생님들의 질 격차는 전혀 없어요. 이 곳에 오니 오히려 자부심을 느껴요. 아이들은 순수하고 인성이 바르고, 학부모님들은 전적으로 학교를 믿어 주시고 계시더라구요. 거기에 선생님들도 모두 뛰어나셔서 저는 교육인생의 마지막으로 천동초를 명품으로 만들 자신이 생겼어요.”
교육청에서 학교 정책과장으로 재직하면서, 그리고 천동초에서 다시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성 회장은 스스로를 '지원자'라고 말한다.
“제가 하는 일은 서로간에 도우면서 화기애애하게 지원해 주고, 또 그들이 일할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체제를 만들어 주는 거죠.”
지난 1975년 서산 부석초등학교에서 첫 교사 생활을 한지 어느덧 41년째다. 내년이면 교육자로서 걸어왔던 길의 마무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성 회장에게 이는 또다른 시작이다. 평생 교육사 자격증은 물론, 색동 동화 구현가회 활동도 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바리스타 필기 시험을 보고 실기 시험을 준비중이다. 기타도 배워서 노인정 공연도 하고 싶다.
“배움에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도와 주는게 평생 해온 일이기도 하구요. 지금까지 차근 차근 준비해 놓은 것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드러내기 보다는 묵묵히 행동으로 보여주는 성 회장에게서 참교육인의 모습을 엿볼수 있었다.
대담·정리=오희룡 교육팀장·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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