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대전에서 개최되는 세계과학정상회의를 앞두고 과학기술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인 대규모 과학행사를 유치했으면서도 1년 가량 손을 놓고 있다가 개최를 불과 7개월여 앞두고 준비기획단이 구성되는 등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정치권까지 나서 준비과정을 채근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목적 달성 등을 위한 성공개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형편이다.
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세계과학정상회의가 개최된다. 2004년 이후 11년 만에, 그것도 아시아권에서 처음 열리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을 등 세계 60여개국 과학기술 담당 장·차관,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데다 향후 10년간 세계 과학기술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대전선언문' 채택도 전망돼 의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준비과정을 들여다보면 과학기술계의 우려가 괜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세계과학정상회의는 2014년 3월 대전 유치가 결정됐지만 1년 가량 별다른 노력 없이 시간만 보냈다.
미래부 내부적으로 '남일'처럼 치부되다가 급박하게 준비에 나서는 상황이다.
지난 2월 꾸려진 준비기획단도 비슷한 행사와 비교해 예산이나 인력지원 측면에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간에 쫓기자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해 소위 '업무 협조'를 통한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떠넘기는 일도 허다한 형편이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창조경제를 글로벌적으로 확산하고, 과학강국으로서의 위상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과학기술강국 브랜드 가치 향상에 따른 수출 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행사는 OECD 국가 뿐 아니라 아세안 10개 국가를 초청, 이들과의 협업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과학기술계의 우려대로 ‘바람’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예산이나 인력 등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진행되어야 했음에도 곳곳에서 미흡한 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의 기초과학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재가 작금의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난이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당초 행사 유치 이후 미래부에서는 거의 신경을 안 썼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찬밥 신세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간이 촉박해지자 출연연 등에 떨어내기식 업무요청을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영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