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과 함께 '베트남 옌뚜이' 사업장을 가다

월드비전과 함께 '베트남 옌뚜이' 사업장을 가다

보석보다 빛나는 아이들의 '순수'… 그곳에 행복이 있었다

  • 승인 2015-04-30 15:08
  • 신문게재 2015-05-01 16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 락시 꼬뮨 마을회관 앞에서 전통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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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락시 꼬뮨 마을회관 앞에서 전통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지구 저편 문명의 시간이 멈춘 곳
농업 전파·급수시설 설치 등 희망 싹터
한복 입고 제기차며 즐거운 교류
결연아동에 특별한 선물 '추억 한아름'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국어사전에 적혀있는 '사랑'의 풀이들이다.
지난달 19일부터 24일까지 베트남 옌뚜이(Yen Thuy)지역에서 사랑의 모든 것을 느끼고 베풀고 공유한 이들이 있다. 바로 17명의 월드비전 베트남 옌뚜이 사업장 모니터링단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월드비전이 옌뚜이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교육사업, 보건사업, 역량강화사업 등의 진행상황을 꼼꼼히 확인했다. 단지 살펴보기만 하지 않았다. 초중등학교에선 우리 전통 민요인 '아리랑'을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 불렀다. 한복을 입혀주고 제기와 소고춤을 알려줬다. 결연아동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의 시간을 선사했다. 말은 통하지 않고 피부색도 조금은 다르지만 사랑이라는 진심으로 하나가 된 옌뚜이 이웃들과 모니터링단. 이곳에서의 시간은 멈춘 채 가슴 한편에 자리 잡은 듯하다. '희망과 사랑의 바이러스'에 중독됐던 5일간의 모니터링 방문 일정을 찬찬히 되돌아본다.

▲“신 짜오(안녕하세요) 월드비전” 하노이에서의 첫날

지난달 19일 오후 9시 30분. 4시간 45분여 동안의 비행이 끝나고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비가 온 후라 쌀쌀했던 인천국제공항과는 다르게 하노이는 한 여름 열대야인 듯 날씨는 덥고 굉장히 습했다. 한국과는 다른 날씨에 다들 지칠 때 쯤 월드비전 베트남 옌뚜이 지역개발사업장 여성 직원 2명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줬다. “신 짜오 한국 월드비전.” 직원들은 잇몸이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어줬다.

우리는 이들의 안내로 하노이 근처 숙소까지 25인승 버스로 이동했다. 수도라 그런지 도로는 깔끔히 정돈됐고 현란한 간판들도 보였다. 다만 도로에는 오토바이와 자전거들이 수두룩했다. 덕분에 버스는 계속 클랙슨을 울리며 길을 개척해나갔다. 프랑스 식민지배 영향 때문인지 옛 프랑스 양식 건축물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1시간여를 달려 하노이 외곽의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풀자 마자 바로 잠에 들었다. 얼마나 어둠에 잠겨있었을까. 어느덧 시계바늘은 오전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목적지인 옌뚜이로 이동하기 위해 모였다. 떨렸다. 옌뚜이에 대해 자세히 몰랐지만 열악하고 어렵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걱정과 기대, 흥분 등의 감정을 안고 25인승 버스에 다시 몸을 실었다. 베트남 옌뚜이에서의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다.

▲ 결연아동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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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연아동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모습.

▲옌뚜이의 1년 수입은 약 333달러, 안전한 식수는 56.4%만 이용

옌뚜이는 하노이에서 남으로 약 100km 정도 떨어져있다. 하노이에서 서쪽으로 길게 뻗은 고속도로를 타다 남쪽 국도로 빠져 2시간여를 달리자 옌뚜이를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옌뚜이 지역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야만 했다. 도로포장이 제대로 안돼있거나 비포장도로가 많아 버스 뒤쪽에 쌓아둔 짐이 떨어지고 사람들은 계속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 와중에도 모니터링단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2시간 30여분 만에 옌뚜이 월드비전 지역개발사업장 사무소에 도착했다. 모니터링단은 9명의 옌뚜이 사업장 직원들과 인사를 한 뒤 옌뚜이와 이곳에서 추진 중인 사업들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베트남은 5개의 중앙 직할시와 58개 성으로 구성됐는데 옌뚜이는 북부지역의 화빈성에 속해있다. 지역 내 노동인구는 약 43%로 1년 수입은 약 333달러 정도다. 대부분 쌀이나 땅콩, 감자 재배 등의 농업이나 임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농경지식 부족과 기반시설 미비로 생산성이 낮아 식량난을 겪고 있다. 옌뚜이 지역 내 가정 중 56.4%만이 안전한 식수를 이용한다.

비위생적이고 불안전한 보건환경 때문에 질병에 쉽게 노출되고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들도 적지 않다. 교육환경도 열악하다. 식수시설과 화장실이 없는 학교가 많고 가난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나 학업을 포기하는 아이들도 많은 상황이다. 월드비전은 낙후된 옌뚜이 지역의 개발을 위해 소득증대사업 보건과 위생사업 교육사업 아동결연사업 등의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득증대사업으로 벼가 쑥쑥, 가정도 안정

모니터링단은 옌뚜이 지역개발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라크렁(Lac Luong) 꼬뮨(Commune)의 퀴엣탕(Quyet Thang)마을로 출발했다. 꼬뮨은 한국의 동이나 면 단위로 생각하면 된다.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20여분 달려 퀴엣탕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마을회관에는 호치민의 동상과 국기가 정면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을 개발위원회 부회장의 안내로 10분 정도 걷자 사탕수수밭과 거대한 논이 눈앞에 펼쳐졌다. 신기하게도 한쪽의 벼는 키가 크지 않은 반면 다른 벼는 키가 2배 이상 컸다. 키가 큰 벼들은 월드비전의 농업기술 교육을 토대로 작농했기 때문이다.

김은진 월드비전 대리는 “벼농사 사업 강화를 위해 월드비전이 현지인들에게 벼를 심기 좋은 땅을 고르는 법이나 물을 저장하거나 뿌리는 방법 등의 농업기술을 전파하고 이를 실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마을회관으로 돌아가자 한국인들이 왔다는 소식이 알려진 듯 아이들과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양수조 대전시교육청 장학사와 류근양 비래초등학교 교장은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인사를 건넸다. 한국인이 낯선 듯 경계하면서도 사탕의 유혹을 피하기 어려웠는지 손에 사탕을 받자마자 손에 꼭 쥐었다.

다시 차량에 탑승해 생활 지원 사업을 받고 있는 한 가정집으로 이동했다. 집은 월드비전 지원으로 만들어졌다. 집 바닥은 타일을 이용해 꾸몄지만 벽과 천장은 짙은 회색의 시멘트가 그대로 보였다. 방 한편에는 침대만이 덜렁 놓아져있었다. 돌로 만든 물 저장소도 있었지만 뚜껑이 없어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있었다. 얼핏 봐도 열악한 환경이지만 이 정도 시설이면 양반이라고 한다. 옌뚜이에서 땅을 60~80m 파도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제대로 된 잠자리를 갖추고 있는 가정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가정의 12살과 2살짜리 아이는 월드비전 결연아동으로 후원을 받고 있다. 월드비전으로부터 받은 돼지는 무럭무럭 자라 9명의 새끼를 낳았다. 돼지를 팔아 돈을 벌 수 있어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겼다. 모니터링단은 주머니에 있는 사탕과 과자를 모두 털어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모니터링단이 차량에 다시 탑승하자 이 집 가족들은 “깜언(감사합니다)”을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 한복을 입은 아이들과 기념촬영 하는 모습.
▲ 한복을 입은 아이들과 기념촬영 하는 모습.

▲우리가 모르던 화장실과 물의 소중함

지난달 21일 락시(Lac Sy) 꼬뮨 내 옹(Ong)마을의 위성 유치원으로 향하는 길은 험했다. 산길을 굽이굽이 돌았고 버스가 들어가지 못해 1~1.5km 정도를 걸어가야만 했다. 자그마한 개울을 건넜고 드넓은 논과 밭을 지났다. 옹 위성 유치원에 도착하자 19명의 아이들은 베트남 전통 노래로 모니터링단의 방문을 환영했다.

그동안 옹 위성 유치원은 위생적인 화장실이 없었다. 유치원 건물 왼편에 시멘트와 벽돌로 쌓아올린 간이 화장실이 보였다. 충격이었다. 일명 '푸세식'이라 불리는 재래식 화장실도 아니었다. 화장실 바닥에다 용변을 해결하고 바깥으로 난 작은 구멍으로 버리는 구조였다. 이렇다보니 아이들의 위생상태가 매우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월드비전 대전충남지부는 후원금을 모아 옹 위성 유치원에 현대식 화장실을 설치했다. 유치원 내부에 설치된 화장실은 쾌적했다. 수세식 변기가 8개 설치됐고 세면대와 수도에서는 깨끗한 물이 콸콸 흘러 나왔다.

월드비전 옌뚜이 사업장 직원인 빈씨는 “그동안 유치원에 화장실과 수도가 없어 아이들이 더러운 물로 씻고 그 손으로 밥을 먹는 등 위생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화장실이 설치된 후 아이들의 위생상태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화장실을 둘러본 뒤 아이들과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모니터링단은 크레파스와 색연필, 소고, 캐치볼글러브, 비눗방울 총 등을 선물했다. 이 중에서도 비눗방울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환하게 웃으며 비눗방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에 모니터링단과 옹 마을 지역민들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즉석에서 사진을 인화하는 폴라로이드 사진기도 아이들에게 신기한 대상이었다.

엔기아(Nghia)마을의 락시 유치원에서도 바깥에는 월드비전의 후원으로 이뤄진 급수시설 설치가 한창이었다. 그동안 깨끗한 물이 없어 고생했을 아이들을 생각하자 얼굴에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아무렇지 않게 쓰던 물과 화장실이 누군가에겐 절실함 그 자체였음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 제기 배우는 아이들.
▲ 제기 배우는 아이들.

▲낯선 곳에서 울려퍼진 아리랑, 그리고 전통주의 추억

락시 유치원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락시 꼬뮨의 마을회관으로 이동했다. 마을회관에는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들은 환영파티를 해줬는데 베트남 므엉(Muong)민족의 전통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2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아이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징과 비슷해 보이는 악기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은 공연이 끝나자 각자 간단한 자기소개와 장래희망을 소개했다. 가수, 축구선수, 배구선수, 선생님 등 자신들의 꿈을 말할 때 이들의 눈은 초롱초롱했다.

이후 마을 주민, 아이들과 자유롭게 친교의 시간을 가졌는데 회관 가운데 놓인 항아리가 모니터링단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대나무 막대가 항아리에 꽂혀있었고 안에는 물이 들어있었다. 장식품이거니 했던 모니터링단의 추측은 산산 조각났다. 술 항아리이었던 것이다. 이곳에선 귀한 손님이 방문하면 전통 술을 대접한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항아리에 담겨있는 술을 그릇에 담아 마시는 게 아니라 대나무 막대를 빨대처럼 이용해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대나무 막대를 빨아들이자 술이 입으로 들어왔다. 동동주 같이 달달하면서도 오묘한 맛이 느껴졌다. 전통주는 인기 만점이었다. 항아리의 술이 내려갈 때마다 마을 주민들은 주전자에 술을 떠와 다시 채웠다.

거하게 한 잔 걸친 모니터링단을 마을 주민들이 전통놀이를 보여주겠다며 밖으로 이끌었다. 양 옆에 여덟 명의 아이가 양손에 대나무를 쥐고 박자에 맞춰 좁혔다 넓혔다를 반복했다. 이 대나무 사이를 아이들이 나비와 같이 춤을 추며 지나갔다. 박자를 맞추지 못하면 대나무 사이에 발이 끼고 마는데 한번 지나갈 때마다 난이도가 높아졌다. 답례로 모니터링단은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에게 제기를 가르쳐줬다. 옹기종기 모여 제기를 차는 모습이 학교 체육시간 같았다.

지난달 21일 라크헝(Lac Hung) 꼬뮨의 초중등학교에선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모니터링단의 설명에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어눌했지만 제법 잘 따라 불렀다. 모니터링단과 아이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노래 수업이 끝난 후에는 가져온 한복을 직접 입혀줬다. 한복을 보자 아이들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관심을 보였다. 한복을 입겠다고 줄지어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모니터링단은 스티커 타투를 아이들의 손과 볼 등에 붙여줬다. 서로 붙인 스티커 타투를 보여주며 자랑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려하는데 아이들이 모니터링단을 붙잡았다. 자신들이 그린 그림을 선물로 주기 위해서다. 모니터링단을 그린 그림서부터 자기가 다니는 학교, 가족 등을 그린 다양한 작품들이 모니터링단 손에 들렸다. 아이들이 원하는 꿈을 이루길 바라는 소망을 각자 마음속에 담았다.

▲우리는 가족, 결연아동과의 만남

5일간의 모니터링 방문 일정 중에는 결연아동과의 만남도 이뤄졌다. 모니터링단은 후원자들로 구성됐는데 이들은 매월 일정금액을 결연아동을 위해 월드비전에 기부한다. 모인 금액은 결연아동들과 지역 개발 사업에 투자된다.

후원자들은 자매결연한 베트남 옌뚜이 자식과 그 가족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들을 준비했다. 공부 잘하라는 당부의 의미로 연필 100자루와 연필 깎기를 선물하는 후원자서부터 그림 실력을 맘껏 뽐내라고 준비한 스케치북과 크레파스, 더운 날씨에도 시원함을 유지하는 기능성 티셔츠,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한 장난감 자동차까지 후원자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고스란히 결연아동들에게 전달됐다.

전광석 월드비전 대전충남지부장은 “이번 모니터링 방문은 월드비전의 지원을 통해 베트남 옌뚜이 지역이 개발되고 지역민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며 “우리들의 작은 정성이 모여 큰 결실로 맺어지는 만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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