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일망타진한 야산도박단 일당의 행태에서도 그런 실정은 고스란히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야산도박단엔 아산과 예산의 조폭들이 끼어 있었다.
지역에서 수십여명의 사람을 모아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 조폭의 '비호'가 없이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조폭들은 도박장을 직접 개설하지도, 사람을 직접 모으지도, 판돈 수수료를 받아 이익을 챙기지도 않았다. 도박꾼들 틈바구니에서 선이자 20%를 떼는 식의 고금리 사채 이익만 노리고 있었다.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겪인데, 조폭들이 직접 불법 게임장과 하우스를 운영하는 양상에서 벗어나 사기꾼들의 하수인 내지 조력자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에 경찰은 도박장 운영자 3명을 구속했지만, 정작 조폭들은 구속하지 않았다.
'수억원대 기업형 도박장을 운영한 조직폭력배 등 검거'라는 제목의 브리핑 보도자료를 내며 대대적인 홍보를 한 것과는 상이한 결정이다.
경찰은 “조폭들은 직접 도박장을 개설하지 않았고, 고금리 이자만 챙겼을 뿐”이라고 불구속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사법처리는 조폭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무언가 일을 벌여 감옥에 가는 것은 싫고 돈은 벌어 떵떵거리고 싶은 심리다. 실제 최근 조폭들의 서열과 인지도는 주먹이 아닌 '자동차'로 판가름 난다. 졸부처럼 보이는 고급 외제차량만 타면 실세 조폭이 되는 것이다.
최근 충남에서 조폭에 가입한 한 21살 청년은 “외제차를 타고 노래방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고, 그런 모습이 멋있어서 조폭이 됐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이와 함께 위협적인 전신문신도 동경의 대상인데, 최근엔 특히 '색감'이 있어야 인정받는다는 전언이다.
색이 들어간 문신은 더 비싸서다.
야비함은 폭력행사 과정에서도 나온다. 소수를 무리지어 폭행하는 것이 일상화 됐고, 소위 정당한 일대일 대결은 꺼리고 냅다 박치기를 한 뒤 도망간다거나 후배들을 잔뜩 불러 겁을 주는 식이다.
나아가 싸움에 지면 동료와 함께 야구배트, 회칼 등의 연장(?)을 들고 습격하는 것과 소위 '돈 없는 형님'은 무시하는게 공식화돼 버렸다.
조폭들이 이름만 들어도 두려움을 느낀다는 충남청 한 고참 경찰은 “아무리 조폭이라도 자기들끼리만 다투고, 기본 '예의'는 있었던 시대는 지났다”며 “대전·충남에 조폭이라고 할 무리는 더 이상 없고 시쳇말로 '양아치 무리'만 남았다”고 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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