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는 음악 듣는 이어폰에 막혀 있고, 눈과 신경은 스마트폰 화면에 빠져 자전거가 다가오는지 모르다가 가깝게 마주하고서야 깜짝 놀라는 보행자를 자주 봤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전거 경적을 울려도 듣지 못하는 스마트폰 보행자를 만날 때마다 돌발행동을 예측할 수 없어 자동차보다 더 위험해진다”고 토로했다.
걸을 때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보행자들이 늘어나면서 돌발사고에 쉽게 노출되고 안전사고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보행자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스마트폰을 만지며 통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 스마트폰 사용 보행자들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28일 오전 10시 찾아간 유성의 한 대학가 앞에선 귀에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을 두 손으로 쥐고 걸어가는 이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 잠시 앞을 봤다가 다시 스마트폰에 시선을 두고 양손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두드리는 일이 반복하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같은 날 서구 둔산동의 교차로에서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은 승용차 출입을 막는 인도 위 볼라드 앞에서 화들짝 멈춰 서거나 입간판에 어깨가 부딪혔고, 별일 아닌 것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대학생 조모(23)씨는 “학교에 가는 익숙한 골목길이어서 음악을 들으며 가도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SNS를 통해 문자 대화를 나누다 보면 번거로워 걸으며 스마트폰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스마트폰 보행습관은 사고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실험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걷는 보행자는 자전거 경음기 소리를 15m 거리에서 들을 수 있었지만, 스마트폰으로 문자와 인터넷 검색을 할 때는 20대가 10m, 50대는 2.5m 앞에서야 자전거 경음기를 청취했다.
특히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걷는 보행자는 자전거가 최소 8.8m까지 접근했을 때 경음기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자전거를 피하기는 지나치게 짧은 거리였다.
이때문에 보행 중 휴대전화 교통사고도 2009년 437건에서 2012년 848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교통안전공단 미래교통전략처 장경욱 연구원은 연구결과 발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감상할 때 고령자일수록 접근하는 사물의 인지거리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보도가 없는 도로나 횡단보도를 통행할 때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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