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충청 민심은 큰 요동 속에서 큰 상처를 입었는데 정치권의 대응은 뜨뜻 미지근하다.
충청대망론의 한 주자였던 이완구 총리에 대한 원망과 함께 충청 정치의 역량이 크게 부족한 게 아니냐는 자괴감이 충청 정가를 휘돌고 있는데도 말이다.
충청 의원들 상당수는 '침묵 모드'다. 지금은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만 되뇌이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지난 15일은 대전 충남의원, 16일에는 충북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향후 충청 정치 풍향계를 논의한 게 고작이다.
이 자리에서 일부 의원은 여론을 의식해 일부러 불참했고, 참석자 중에서는 나설 때가 아니라는 말로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었다는 게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침묵 모드를 벗어나 이제는 충청의 리더십을 다시 올곧게 세울 전기를 마련하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충청의원들이 여야를 할 것이 없이 자주 만나 상심한 충청 민심을 다독이고 정치적 심리적 치유를 해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밭대 유병로 교수는 “충청대망론은 환영하면서도 항상 영호남의 정치적 그늘에서 '마이너' 신세를 한탄하는 현실을 털고 일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교수는 “이제는 우리가 똘똘 뭉쳐야 할 때”라며 “좌고우면하던 충청이라는 말은 역사 속으로 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 역량이 성숙하고 유권자수가 호남을 넘어선 '영충호 시대'에 걸맞은 목소리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의 중심에서 정치 중심으로 다시 일어서야 하는 국면에 충청총리가 개인 신상 문제로 낙마했다고 해서 고개를 숙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게 충남대 육동일 교수의 진단이다.
육 교수는 “충청 정치라는 게 정치 신인을 키우지 않았던 고질적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던 것 아니냐”며 “이번 일을 계기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고 키우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정리했다.
목원대 권선필 교수는 “여야의 정치를 아우를 수 있는 다선 의원들이 나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분위기가 내년 총선과 그 후 대선에까지 미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자주 모여서 대책을 논의하고 충청의 정치 역량을 키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맏형 격'의 여야 정치인들이 중심에 서줘야 할 때라고 정리했다.
권 교수는 여론조사 등을 통해 충청 민심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계량화하고 이를 제시하는 방안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배재대 최호택 교수는 충청총리의 재탄생도 중요하지만 정치 역량을 모아 현재 가장 시급한 선거구 증설, 사이언스콤플렉스 등 지역 현안이 차질 없이 추진되록 하는 실리 정치를 펴는 것도 좋은 방안중의 하나라고 꼽았다.
서울=오주영 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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