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충청' 구원투수가 '조기 강판'당하면서 박 대통령은 '총리 트라우마', '총리 포비아'에 휩싸여 있을 게 분명한 상황임에도 충청정가는 박 대통령이 후임 총리도 충청 인사 중에서 낙점해 줄 것을 '은근히' 바라고 있다.
꺼진 불씨를 지핀 것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난 23일 광주 서을 유세에서 말한 '호남 총리'발언에서 부터다. 충청총리와 호남총리를 두고 충청과 호남간에 'KTX 결투' 2라운드가 다시 전개되는 양상이다.
'충청 총리' 후보감으로는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의 강창희(대전 중구·69) 전 국회의장, 이인제(논산 계룡 금산·6선·67) 최고위원과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인 심대평 전 충남지사(충남 공주·74), 이원종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충북 제천·73),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충북 청주 상당·3선·62)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충청 후보군에서도 대전 세종 충남(범 충남)과 충북 정치권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범 충남'쪽에선 충청 대망론에 힘이 실리기 위해선 충남쪽 인사가 적격이라 보고 있다.
충북 쪽의 생각은 다르다. 그간 충북 출신 인사의 총리 기용이 없었던 만큼 이원종 위원장, 정우택 위원장을 차기 후보군으로 올려놓는 분위기다. 연령대가 젊지만 경제전문가로 내년 총선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46)도 주목 받고 있다. 충북 정가에선 충청대망론의 한 축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충북 음성 출신이라며 충북 쪽에서 총리가 나와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모양새다.
후보군들의 면면을 보면, 강창희 전 의장의 경우 이완구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지난 21일 오후 공교롭게도 지역 불출마 선언을 한 타이밍이 절묘해 여의도 안팎에서 많은 루머가 양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당원 간담회는 1주일 전에 사전 공지가 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6선의 이인제 의원과 3선의 정우택 의원에게 총리 카드는 사실상 내년 4월 총선 불출마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복잡한 셈법이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속기구의 리더인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과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이해도가 높다는 점과 함께 이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줄곧 충청 총리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려왔다. 핸디캡은 '고령'이라는 점이나 아직도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밖에 청와대와 여권에서 일하고 있는 충청 출신들 가운데 얼마전까지 청와대 국정수석을 지낸 유민봉 성균관대 교수(대전 출신),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청양 출신, 대통령 정무특보), 친이계의 김용태 의원(대전 출신) 등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총리 발탁과 함께 원포인트 소폭의 개각이 있게 되면 '깜짝 기용'도 있지 않겠느냐는 말도 들리고 있다.
호남 총리로는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전북 전주),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전북 군산), 한광옥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장(전북 전주)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과거 정부에서 총리를 역임했던 김황식 전 총리(전남 장성), 한덕수 전 총리(전북 전주)의 이름까지도 오르내린다.
수도권에선 '차세대 정치인형' 총리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서울=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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