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한 관계자의 불만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충청권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불만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의 민심이 강세를 띠어왔고 박근혜 정부 탄생에 기여한 공이 적지 않은 충청민에게 위안을 주기는커녕, 더 상처를 주는 발언이 나왔기 때문.
김무성 대표가 지난 23일 광주 서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원유세에서 “박근혜 대통령께 말씀드립니다. 이완구 총리가 경질되면 전라도 사람을 한번 총리를 시켜 주기를 부탁드립니다”라며 '호남총리론'을 꺼낸 것. 김 대표는 또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그건(호남총리론) 내 진심”이라고 강조하며 실수가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충청민 정서 등을 감안, 이 총리의 후임자로도 지역 출신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김 대표의 발언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지역 관계자들은 피아(彼我)를 구별키 어렵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지역민의 오랜 숙원인 충청대망론이 꺾인 것 아니냐는 푸념과 함께 일각에서는 거론된 인사 중에 이완구 총리를 첫 타깃으로 한 것을 두고 영·호남 패권주의의 충청권 견제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충청 홀대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배제키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새누리당에게 안 좋은 분위기로 흘러가는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김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관망하는 것보다 더 악수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보수 정당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시들해지고 있다. 지난 6·4지방선거의 결과에서 보듯, 충청민심은 새누리당의 편만 들지 않았다. 광역단체장 4석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몰아주며 당시 집권 2년차였던 박근혜 정부에 경종을 울렸다. 믿어준 만큼 제대로 된 결과를 보여주고 똑바로 하라는 것이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수정안 등 공약 미이행 및 진척 수준 미흡 등에 대한 지역민심의 평가라는 것이 당시의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A의원은 “충청민심이 보수성향의 강세를 띠어왔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 얘기”라며 “당내 중진 의원 비중에서 충청권 내 인사들이 적지 않고,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잠재적 존재인 광역단체장들을 봐도 충청권의 위상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에서의 충청권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은 정권의 하반기에 치르는 만큼,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가운데 선거 때만 충청권을 찾는다는 인식이 굳어질 경우, 반정부·여당에 대한 정서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충청권은 언제나 실리적인 결과를 챙겨왔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내년 선거에서도 충청권의 선택이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던 것처럼 여야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에 여야는 자당들의 행보를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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