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충청리더십'을 갈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면에는 '껍데기는 가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실려있다.
작금의 충청 상황은 최악이나 바닥까지 떨어져야만 '길'이 보인다는 옛말에서 우리는 지혜를 배워야 하며 지금이 적기라는 게 지역 원로들의 이구동성이다. 리더가 있고 그를 중심으로 빛을 발하는 리더십. 지금 가장 필요한 충청의 '거시기 리더십' 탄생에 지역 정가는 숨죽이고 있다.
이상하게도 너무 조용하다. 그 누구도 나를 따르라는 리더십이 없다. 정치권은 '숨죽인 침묵 모드'라 하지만, 충청인들은 숨이 막히는 하루 하루다.
한밭대 유병로 교수는 “위기는 기회라는 말로 이번 국면을 벗어나고 더욱 단단한 충청 대망론을 구축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로 '충청 총리 잔혹사'에 등장하는 이회창, 이해찬, 정운찬 전 총리에 이은 이완구 총리는 지역 기반이 그리 단단하지 않았거나 '충청 민심'을 너무 우습게 봤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고 했다.
충남대 육동일 교수는 “역대 충청 총리들의 특징은 무늬만 충청이라는 인상이 강했고 혹자는 충청 민심과 이반되는 발언을 해 '매향노'라는 비난까지 받으며 대권 대열에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큰 선거의 승부는 모두 충청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영충호 시대'라는 말처럼 충청표가 호남표를 앞서며 충청대망론의 서막이 열린 상태다.
그럼에도 충청 주자들은 '집토끼'를 지키기 보다는 '남의 집 토끼'나 '산토끼'에 더 관심을 가지면서 번번이 정상 일보 직전에서 무너져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일가친척과 '친구'를 기반으로 자신의 '연고'를 너무 소홀히 한 것이 결정적 패인으로 꼽힌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처럼 유한한 권력 앞에서 충청 유력 인사들은 '동네 사람'을 챙기지 않고 되레 역차별을 주는 일들도 비일비재했다는 게 중앙 관가의 전언이다.
위기의 순간 호위무사가 되어줄 '고향사람'을 챙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전의 명문고를 나온 한 인사는 “동문 조직이 선의의 경쟁보다는 서로 물고 뜯는 데 익숙해져 사실상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오르면 남보다 못한 상황으로 치닫는다”고 말할 정도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읽는 지역 정가 일각의 시각도 비슷한 기류다. '충청도로 충청도를 쳤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도 결국은 중앙 정치권에서의 충청 역량을 가늠케 하는 슬픈 자화상이다. 충청인은 '비타 500'과 '박카스' 패러디에 '웃서다'상태다. 웃기지만 서글픈 현실이다.
양반이 곁불을 쬐지 않겠다는 선비 정신과 비온 뒤 굳어진다는 옛말처럼 충청은 이번을 계기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정서를 한 곳으로 모을 그릇과 리더십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꼼수를 부리는 특정 정치인들이 개인 입신을 위해 움직인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는 충청을 다시 한 번 죽이는 '부관참시'와 별반 다를게 없다는 게 충청 정가의 분노다.
실명을 거론하며 그들의 리더십을 진단해보고 싶지만 이미 많은 충청인들이 상당 부분 알고 있기에 차세대 리더십의 주인공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용기를 내서 지역과 한 힘이 되고 충청의 힘을 다시 모야주기를 말이다.
김신호 건양대 석좌교수(전 대전시 교육감)는 “충철의 고장인 충청에서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지금은 원로들이 나서서 사태를 진정시키고 나아갈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 직능단체를 필두로 출향 단체들과 함께 지역 인재를 키우고 육성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황명수·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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