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충청]비온뒤 땅 굳듯 '忠心'으로 일어서자

  • 정치/행정
  • 국정/외교

[위기의 충청]비온뒤 땅 굳듯 '忠心'으로 일어서자

'총리 잔혹사' 숨죽인 지역정가 …민심 추스를 차세대 리더 '갈급'

  • 승인 2015-04-23 18:16
  • 신문게재 2015-04-24 1면
  • 서울=황명수·오주영 기자서울=황명수·오주영 기자
[위기의 충청정가 해법을 찾는다] 하. 충청대망론 더 단단해지다

'단단한 충청리더십'을 갈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면에는 '껍데기는 가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실려있다.

작금의 충청 상황은 최악이나 바닥까지 떨어져야만 '길'이 보인다는 옛말에서 우리는 지혜를 배워야 하며 지금이 적기라는 게 지역 원로들의 이구동성이다. 리더가 있고 그를 중심으로 빛을 발하는 리더십. 지금 가장 필요한 충청의 '거시기 리더십' 탄생에 지역 정가는 숨죽이고 있다.

이상하게도 너무 조용하다. 그 누구도 나를 따르라는 리더십이 없다. 정치권은 '숨죽인 침묵 모드'라 하지만, 충청인들은 숨이 막히는 하루 하루다.

한밭대 유병로 교수는 “위기는 기회라는 말로 이번 국면을 벗어나고 더욱 단단한 충청 대망론을 구축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로 '충청 총리 잔혹사'에 등장하는 이회창, 이해찬, 정운찬 전 총리에 이은 이완구 총리는 지역 기반이 그리 단단하지 않았거나 '충청 민심'을 너무 우습게 봤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고 했다.

충남대 육동일 교수는 “역대 충청 총리들의 특징은 무늬만 충청이라는 인상이 강했고 혹자는 충청 민심과 이반되는 발언을 해 '매향노'라는 비난까지 받으며 대권 대열에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큰 선거의 승부는 모두 충청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영충호 시대'라는 말처럼 충청표가 호남표를 앞서며 충청대망론의 서막이 열린 상태다.

그럼에도 충청 주자들은 '집토끼'를 지키기 보다는 '남의 집 토끼'나 '산토끼'에 더 관심을 가지면서 번번이 정상 일보 직전에서 무너져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일가친척과 '친구'를 기반으로 자신의 '연고'를 너무 소홀히 한 것이 결정적 패인으로 꼽힌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처럼 유한한 권력 앞에서 충청 유력 인사들은 '동네 사람'을 챙기지 않고 되레 역차별을 주는 일들도 비일비재했다는 게 중앙 관가의 전언이다.

위기의 순간 호위무사가 되어줄 '고향사람'을 챙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전의 명문고를 나온 한 인사는 “동문 조직이 선의의 경쟁보다는 서로 물고 뜯는 데 익숙해져 사실상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오르면 남보다 못한 상황으로 치닫는다”고 말할 정도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읽는 지역 정가 일각의 시각도 비슷한 기류다. '충청도로 충청도를 쳤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도 결국은 중앙 정치권에서의 충청 역량을 가늠케 하는 슬픈 자화상이다. 충청인은 '비타 500'과 '박카스' 패러디에 '웃서다'상태다. 웃기지만 서글픈 현실이다.

양반이 곁불을 쬐지 않겠다는 선비 정신과 비온 뒤 굳어진다는 옛말처럼 충청은 이번을 계기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정서를 한 곳으로 모을 그릇과 리더십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꼼수를 부리는 특정 정치인들이 개인 입신을 위해 움직인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는 충청을 다시 한 번 죽이는 '부관참시'와 별반 다를게 없다는 게 충청 정가의 분노다.

실명을 거론하며 그들의 리더십을 진단해보고 싶지만 이미 많은 충청인들이 상당 부분 알고 있기에 차세대 리더십의 주인공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용기를 내서 지역과 한 힘이 되고 충청의 힘을 다시 모야주기를 말이다.

김신호 건양대 석좌교수(전 대전시 교육감)는 “충철의 고장인 충청에서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지금은 원로들이 나서서 사태를 진정시키고 나아갈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 직능단체를 필두로 출향 단체들과 함께 지역 인재를 키우고 육성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황명수·오주영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1.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2.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3.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4.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