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대형 융·복합 연구 … 신산업 기지로 '발돋움'

[기초과학연구원]대형 융·복합 연구 … 신산업 기지로 '발돋움'

미래 창조적 지식·새로운 학문 창출…개방형 조직, R&D 패러다임 선도 도심형 연구단지 조성, 과학벨트 탄력…중이온가속기 핵심장치 국산화 '성공'

  • 승인 2015-04-20 17:47
  • 신문게재 2015-04-21 30면
  • 이영록 기자이영록 기자
● 과학·정보통신의날 특집-기초과학연구원

지식기반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필수 경쟁력 중 하나는 바로 기초과학 연구역량이다. 지식이 핵심적 생산수단인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자본과 노동을 아무리 집중해도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 하나가, 고도의 자본·노동 집약 산업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도 있다.

자연현상의 기저에 존재하는 근본원리를 탐구하는 기초과학은 인류에게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새로운 지식이 출현할 여지가 많으며, 그것의 축적은 다양한 응용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선진국 중에 기초과학 강국이 아닌 나라가 별로 없고,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도 기초과학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존재 가치와 역할= 우리나라 기초과학을 육성하기 위한 최우선의 필요조건은 무엇보다 '기초과학 종합연구기관'의 설립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연구는 대학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개인·팀 단위 연구가 주를 이뤄왔다. 물론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도 우수한 성과를 많이 냈지만, 혁신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단·중기 과제 위주의 연구였고 또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대학의 인력과 인프라는 기초과학 강국들과 경쟁하기에 일정한 한계도 있었다.

더구나 최근의 세계 기초과학 연구는 거대연구시설을 활용한 대형 융·복합 연구로 그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 흐름을 선도하는 성과들도 이러한 연구들을 기반으로 창출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장기·대형·집단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대규모 기초과학 종합연구기관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IBS는 창조경제·창의사회로 가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가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전환할 수 있는 창조적 지식탐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산업 창출의 기초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과학 지식의 사회적 확산과 삶의 질 향상이 기여한다. 또 글로벌 기준의 질적 평가, 지원제도 선진화, 연구자에게 전적인 자율성 부여, 개방형 조직 운영 등을 통한 새로운 R&D 패러다임을 선도한다.

▲국제적 수준의 연구지원시스템 구축=IBS에 모인 세계적 과학자들의 창의적 연구 수행을 위한 글로벌 수준의 연구환경 구축을 통해 연구몰입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과학자를 연구단장으로 유치해 연구단 운영에 대한 자율성 및 독립성을 보장, '사람 중심'의 혁신적 연구지원을 추구하는 것이다. 연구단이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동료평가 방식으로 검증하고, 산출량(Output)보다는 영향력(Impact) 위주의 평가 등 기초과학에 적합한 평가체계를 마련했다. 총괄 지원체계 확립을 위해 연구지원팀을 중심으로 연구지원 서비스의 품질제고는 물론 정기적인 연구단장 간담회, 행정인력 미팅 등을 통해 연구현장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나가고 있다.


▲조속한 본원 및 캠퍼스 건립 추진 필요=정부의 정책 변경에 따라 본원 및 캠퍼스 구축 목표 시점이 당초 2017년에서 2021년으로 지연돼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연구원 건립 지연은 글로벌 우수인재 유치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캠퍼스연구단의 경우 건립이 2차 사업기간(2018~2021년) 중 추진 예정이어서 연구 착수 후 10년간 임시공간 활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계적 연구역량을 보유한 연구자를 효과적으로 영입하기 위해서는 본원 및 캠퍼스의 조속한 건립이 요구되는 것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연구단 구성 필요= IBS는 2012년 15개 연구단, 2013년 6개 연구단, 2014년 3개 연구단을 선정해 총 24개 연구단을 구성, 운영 중이다.
연구단장 24명 중 외국인 8명(순수 외국인 4명, 한국계 외국인 4명)을 유치했다.

IBS는 우리나라 최초의 기초과학 종합연구기관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글로벌 선도 연구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 조성에 매진하고 있다. 해외 주요 연구기관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기관과 국가의 글로벌 인지도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IBS에 대해 세계의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상황에서 세계적 연구기관으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국제적 신뢰도 제고가 중요하다.
따라서 지속적인 연구단 선정 및 안정적 연구지원이 필요하고, 현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과학벨트의 국가 신성장 거점 육성' 실현을 위해 연구단의 꾸준한 확대가 시급하다.

▲도심형 사이언스파크의 부상=도시는 지식경제의 핵심 플랫폼이다.
발달한 도시일수록 접근성이 뛰어나고 기반시설이 우수해 창의적 인재를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중심인

IBS가 대전시와 협력해 엑스포 과학공원에 도심형 연구단지를 추구하는 이유다. 국내외 인재들이 안락하게 정착할 수 있는 교육·의료·주거를 갖춘 정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IBS가 도심지역에 배치됨으로써 우수 과학자 유치와 타 대학 및 연구소 협력은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엑스포 과학공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과 KAIST, 충남대 등 대학과도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워 연구원들이 쉽게 왕래하고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IBS 입지가 엑스포과학공원으로 결정되기까지는 다소 복잡했지만 연구소와 지자체가 함께 세계적 인재 유치, 지역발전과 공간재생을 공통의 목적으로 삼고 손을 잡았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도시들의 도심형 사이언스파크 개발 사례와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세계 8번째 중이온가속기 초전도 가속관 국산화 성공=IBS 중이온가속기 건설구축사업단은 지난달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의 핵심장치인 초전도 가속관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내 기술로 설계부터 제작, 해외 성능시험까지 통과, 세계 8번째 제작기술 보유국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초전도 가속관은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양성자, 우라늄 등의 중이온을 광속(약 30만㎞/s)에 근접하도록 가속하는 원통형 진공관이다.

초전도체인 나이오븀(Nb)으로 만들어져 절대온도 0도(-273.15도)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중이온가속기의 핵심장치이다. 제작기술을 확보한 것은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에 불과하다.

제작에 성공한 초전도 가속관은 지름 226㎜, 길이가 1030㎜로 중이온가속기에 설치되는 3개 타입의 가속기 중 저에너지 초전도선형가속기(SCL1)에 활용된다.

이 가속관은 성능실험에서 가속관 내부에서 입자를 밀어내는 힘인 전기장 세기(MV/m)가 절대온도 4도(-269도)에서 자체 설계치인 35MV/m보다 1.6배 높은 56MV/m를 기록했다.

또 절대온도 2도(-271도)에서도 73MV/m로 국제선형가속기(ILC) 설계치(60MV/m)를 웃도는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이 가속관은 SCL1 구축에 모두 120개가 사용될 예정이며, 3개 타입의 가속기를 만드는 데에는 초전도 가속관 450여 개가 필요하다.

초전도 가속관의 국산화 성공에 따라 해외 제작비용 대비 절반 수준에서 제작할 수 있어 약 4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작에 국내업체들도 참여한 만큼 해외 진출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IBS 중이온가속기 건설구축사업단은 올해 말까지 나머지 2개 타입(HWR/SSR)의 가속관 뿐만 아니라 저온유지모듈, 고온초전도자석 등 핵심장치들의 국내 개발·제작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국산화율 65% 이상을 달성할 계획이다.

한편 유성구 신동지구에 들어서는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사업으로 모두 1조4445억원이 투입돼 오는 2021년 완료될 예정이다.

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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