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운동하겠다는데…” 업소 3곳서 가입 거부당해
“불편한게 너무 많아… 장애인으로 사는 건 죄인 같아요”
▲ 1급 복합장애를 지닌 이재우(34ㆍ가명)씨가 대전 둔산동을 출발해 갈마동까지 휠체어를 손으로 저으며 가고 있다. |
동네 헬스장에서 이용을 거부당하고 몸에 맞는 휠체어도 지원받지 못한 채 오늘도 낡은 휠체어를 끌며 비장애인에게 맞춰진 도로를 몸에 새기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4시 30분, 이재우(34·가명)씨가 대전 서구 둔산동 건강체련관에서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휠체어를 몰았다. 하반신을 사용하지 못하고 뇌병변장애를 지닌 이씨는 이곳 헬스장에서 오전에 운동하고 오후에 사무실 일을 도운 후 집에 돌아간다.
양손에 하나씩 들고 팔 운동하는 아령부터 기구 위에 누워 역기를 들어 올리는 벤치프레스 그리고 가슴근육을 단련하는 '펙덱 플라이'까지 이씨의 1급 장애는 운동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공원에서 철봉 턱걸이와 평행봉을 10개씩 5번 반복해요. 그리고 헬스장에 와요. 마음이 시원해져요.” 이씨가 휠체어 옆에서 함께 걷는 기자에게 설명했다. 이씨가 휠체어를 밀며 서구 갈마동 집에 가는 길은 처음부터 녹록지 않았다.
두 발로 걷는 비장애인이 세 걸음에 갈 거리를 이씨는 팔을 여섯번씩 저어갔고, 인도 위에 낮게 올라온 맨홀 뚜껑에도 휠체어는 심하게 비틀댔다.
특히, 휠체어에서 본 횡단보도는 보행자보다 자동차에 맞춰진 듯했다.
인도보다 낮은 도로 높이에 만들어진 탓에 횡단보도를 만날 때마다 이씨는 휠체어 바퀴를 잡고 천천히 내려갔다가 횡단보도 끝나닌 지점에서 모든 힘을 쏟아 인도 위에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 두껍게 못이 박힌 이재우씨의 손. |
“장애인으로 사는 게 죄인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돈을 내고 헬스장에 다니려 했더니 사장님이 거부했어요. 갈마·탄방·괴정동 헬스장을 찾아갔는데 모두 거절당했거든요. 들어오지 말라는 식당도 있고요.” 잠시 쉬는 동안 이씨는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을 서운해하며 말했다. 사실 이씨는 자신의 집 근처에서 운동을 하고 싶어 헬스장 여러 곳을 찾아갔지만, 모두 거부당해 집에서 4㎞ 떨어진 서구건강체련관까지 휠체어를 밀며 오가게 된 것이다.
“운동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찾아간 건데 사장은 안 된대요. 일도 하고 싶은데 장애인 고용하기 싫어 벌금을 내는 기업도 있대요.”
이씨가 기운을 차리고 다시 바퀴를 굴린다. 버스는 탈 수 없고 택시도 태워주지 않으니 휠체어 바퀴를 저어야 집에 갈 수 있다. 이씨는 빠르게 달려오는 자전거와 자주 부딪혀 반듯한 자전거도로 대신 울퉁불퉁한 인도를 덜컹이며 갔고, 힘없이 자꾸 흘러내리는 발을 두 손으로 추슬러 발판 위에 반복적으로 올렸다.
또 큰마을네거리나 갈마삼거리처럼 긴 횡단보도에서는 이씨가 중앙선을 막 넘어설 때 여지없이 보행자 신호는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갈마아파트 방향의 갈마동 비탈길에서도 이씨는 꿋꿋이 팔을 저어 앞으로 나갔으나, 길을 막고 주차된 차량과 입간판 앞에서 번번이 가뿐 숨을 내쉬었다.이렇게 휠체어를 밀어 갈마동 자신의 집에 도착한 게 오후 6시 40분이었다.
이씨는 동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없이 이렇게 4㎞를 휠체어를 밀며 오전·오후 오가고 있다.
장애1급이지만, 휠체어 구입에 필요한 자기부담금을 낼 여력이 없어 최근까지 목발을 짚고 다녔으며, 누군가 쓰다남은 휠체어를 받아 타이어가 다 달도록 사용하고 있다. 이씨는 “저는 운동을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휠체어를 운동삼아 타는 거예요”라면서 “내 몸에 맞춰 제작하는 휠체어는 힘이 덜 들고 안전하다지만, 저에게는 너무 비싸죠, 생각도 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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