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는 “지난해 배재대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대전과 인연을 맺게 됐다. 대전 지역민들과 처음 만나는 연주무대여서 더욱 의미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주변에서 이 나이에 독주회를 하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웃음) 독주회는 숙제와 같다고 생각한다. 일정을 잡으면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아무래도 내 자신을 추스르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거의 매년 거르지 않고 독주회를 해왔는데 최근에는 합창지휘에 빠져서 잠시 한눈(?)을 팔았다(웃음)”며 4년 만의 독주회에 대한 설렘을 표했다.
이번 독주회에서 김 교수는 드뷔시 이후 최고의 프랑스 작곡가로 꼽히는 올리비에 메시앙(Oliver Messiaen)의 곡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눈매', '성모와의 최초의 교감'을 연주한다. 메시앙의 곡은 김 교수가 2000년 프랑스 쁠랑협회 초청독주회에서 연주해서 현지의 프랑스 연주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곡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베토벤의 '6개의 변주곡 F장조'과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로 꼽히는 제17번 '폭풍(Tempest)', 리스트의 '2개의 전설'과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프란체스코'도 연주한다.
김 교수는 이번 독주회를 '해설과 함께 하는 음악회' 형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피아노는 가사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는 김 교수는 “일종의 스토리텔링처럼, 연주곡들을 하나 하나 설명하고 음악에도 이야기를 만들어 소개함으로써 관객들이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말 좋은 곡들인데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곡들 위주로 골랐다”는 김 교수는 “이 기회에 보석 같은 곡들을 널리 소개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베토벤의 '6개의 변주곡 F장조'는 베토벤이 청력을 잃기 시작하던 무렵에 지은 곡”이라는 김 교수는 “그 곡안에 베토벤의 고뇌와 번민, 그를 극복하려는 정신세계가 다 들어있다고 본다. 연주를 할 때마다 베토벤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이 곡을 바친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런 느낌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며 소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음악에도 '후마니타스'가 필요하다”는 김 교수는 “후마니타스는 '참된 인간', '인간다운 인간', '인간다움'을 뜻하는 라틴어다. 음악을 통해 즐거워하고 마음을 보듬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보기에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음악의 기교나 기술보다 '후마니타스'를 강조한다. 학생들의 마음까지도 보듬으며 자신감을 심어주고 희망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 학생들의 피아노 소리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 즐겁다. 교육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는 김 교수는 “배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강의를 계기로 대전에 올 수 있어서도 감사하다. 늘 따뜻하게 챙겨주시는 배재대 교수님과 학생들에게도 고맙다”고 덧붙였다.
대전의 첫 인상을 묻는 질문에 김 교수는 “대전과는 지난 1997년에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며 “평택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당시, 대전시립교향악단과 함께 평택문화예술회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콘체르토로 협연을 했었다”고 회상하며 “대전은 전체적으로 도시가 깨끗하고 여유있어 보인다. 공연시설면에서도 대전예술의전당에 갔을 때 감탄했다. 시설은 물론 입구로 올라가는 계단의 야경까지도 멋져보였다. 기회가 된다면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도 서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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