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에선 두 아주머니가 트럭에서 즉석에서 썰어 파는 해산물을 먹으며 얘기꽃을 피운다. 뭘 그렇게 드시냐고 묻자 “멍게여, 멍게. 한번 먹어봐”라며 내입에 넣어준다. 오도독 씹히며 짠 바다내음이 확 밀려온다. 종이컵에 소주까지 따라주며 멍게를 연신 내입에 넣어준다. 한 아주머니가 옆의 일행을 가리키며 “얘는 내가 아는 동생인디 장 설때마다 종종 서울서 놀려오곤 혀”라며 술잔을 부딪친다. 멍게장수도 아침부터 멍게가 잘 팔려서 기분이 좋은지 한마디 거든다. “이쁜 아줌니들인께 내가 멍게 까주는 겨.”
보이는대로 다 사고싶어 조바심이 날 정도다. “이 머위 사가, 많이 주께. 씀바귀 삶어서 무쳐먹어 봐유. 쑥은 워뗘?” 소매를 잡아끄는 할머니의 옹이 진 손을 뿌리칠수가 없어 사다보니 한 보따리가 됐다. 길 건너편 간판에 필름이라 써 있길래 가서 물어보니 비닐하우스에 쓰이는 거란다. 주인인 우제윤(78)할아버지에게 예산장이 꽤 크다고 했더니 손사래친다. “개갈 안나유. 인구가 18만에서 8만으로 줄었는디유.” 당진이 고향으로 50년째 예산에서 살고 있단다. 같은 종씨라고 하자 반가워하며 커피 한잔 하라며 붙든다. 대리점 하셔서 돈 좀 버셨냐니까 “좀 벌었쥬. 내가 삼부자유. 아들 둘이니께”라고 농담까지 하며 껄껄 웃는다.
특히 수탉 한 마리가 가관이다. 붉은 벼슬과 떡 벌어진 가슴팍이 '나는 수컷이다'라고 뽐내며 허세부리는 '깍두기'를 보는 것 같아 웃음이 절로 나온다. 부리부리한 눈매로 쉴새없이 울어대는 게 역시 수탉다웠다. 옆에선 연신 펑펑 튀밥 튀기는 소리가 장터를 울린다. 말린 흰떡, 옥수수, 쌀이 담긴 깡통이 온 순서대로 놓여 있다. 순서가 뒤바뀌었다며 할머니들이 서로 눈 흘기며 실랑이 하다 금세 풀어진다.
도회지 생활을 하면서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시장 구경을 가곤 했다. 어릴적 엄마손 붙잡고 장에 갔던 추억도 있고, 치열하게 사는 시장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얻기 위해서일게다. 결국 인정이 그리워질 때마다 발길이 저절로 그곳으로 가게 된 것 같다. 살구꽃, 복사꽃이 앞다퉈 피고지는 4월의 예산 오일장으로의 나들이. 오래된 추억을 호명하기에 손색이 없다.
▲가는길=버스는 대전복합터미널에서 하루 8번 간다. 승용차는 고속도로.국도가 있는데 1시간 30분 걸린다. 가능하면 국도이용이 좋다.
▲먹거리=소머리국밥이 단연 으뜸이다. 읍내장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할 메뉴. 4000원.
글·사진=우난순 기자 woo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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