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사는 지적장애 2급인 이모(19·여)씨. 2013년 8월 스마트폰 채팅 사이트를 통해 강모(31)씨와 대화를 나누게 됐다. 이씨는 직접 만나자는 이 남성의 요구에 별문제 없이 생각하고 같이 저녁을 먹은 뒤 모텔까지 가게 됐다.
이 남성이 “자신은 물리치료사다. 마사지를 해 주겠다”며 침대에 누울 것을 요구하자, 의사결정능력이 크게 떨어진 이씨는 순순이 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씨는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말았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강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강씨는 재판에서 “범행 당시 피해자의 정신장애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신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간음한 것이어서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데다 자신의 범행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후 강씨는 항소심 재판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나오면서 징역 2년 6월로 감형받았다.
지적장애인이 성폭력 피해를 입었지만, 가해자가 무죄를 받은 경우도 있다. 지적장애인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법원이 판단해서다.
지난해 9월 대전지법은 지적장애를 가진 여성을 상대로 유사강간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A씨(47)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발생 경위 및 당시 상황에 관해서는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일관해 진술하고 있지만 유사 성행위와 관련된 진술은 일관성이 부족하다”며 “여러 사정들과 피해자의 지적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성적 접촉 행위를 유사 성행위로 오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는 최근 4년간 매년 46%가량 크게 늘었다. 이들 피해자 중 73%가 지적장애인으로 조사됐다.
전국 성폭력피해자 지원단체 관계자는 “법원이 지적장애인 성폭력 판결에 있어 성폭력 피해 자체가 존재했을 개연성을 인정하면서도 가해자의 방어권 행사의 주된 대상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무죄 또는 일부 감형된 판결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면서 “지적장애인들이 성폭력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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