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계연구원]세계 최고 플라즈마 개발, 미래기술이 현실로

[한국기계연구원]세계 최고 플라즈마 개발, 미래기술이 현실로

플라즈마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연구…반도체·레이저 등 IT 산업 발전 견인 개발기술 상당수 기업체 이전 상용화… 가까운 시일내 연료개질 실용화 예상

  • 승인 2015-04-14 14:12
  • 신문게재 2015-04-21 27면
  • 이영록 기자이영록 기자
● 과학·정보통신의날 특집-한국기계연구원 극한기계연구본부


한국기계연구원(KIMM)에서는 극저온, 초고압, 초고온 등 극한 환경에서 쓰이는 기계기술 가운데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기계연 극한기계연구본부는 극한 기계부품의 고효율화와 고성능화를 위한 산업용 플라즈마 장비, 극저온 냉각시스템과 펌프, 압축기, 가스터빈 등의 고효율 유체기계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극한기계연구본부 플라즈마연구실은 에너지환경기술, 신재생에너지·차세대소자 플라즈마 공정·장비 기술 등 플라즈마를 활용한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플라즈마란=고체인 얼음에 열을 가하면 액체인 물이 되고, 여기에 열을 더 가하면 기체 상태인 수증기가 되듯 기체분자에 많은 에너지를 가하면 일부의 기체분자가 이온과 전자로 분리된 이온화된 가스로 변하게 된다. 플라즈마란 이처럼 이온화된 가스 상태를 말한다. 플라즈마의 유동은 기체 유동과는 다르게 전기 및 자기장의 영향을 받는다.

자연 속에서 관찰되는 플라즈마는 태양, 번개, 오로라 등이 있으며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형광등, 아크 용접기, 자동차나 라이터의 스파크 등도 일종의 플라즈마다.

플라즈마 상태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은 전자, 이온, 때로는 고온의 열에 의해 기체 상태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빠르거나 정밀하다. 이런 특징을 갖는 플라즈마 화학을 이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기술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의 화학 증착 및 식각기술, 재료의 코팅, 용접, 절단기술, 레이저와 같은 광 발생기술 등을 꼽을 수 있다.

플라즈마 기술들이 오늘날의 IT 산업을 비롯한 첨단산업이 있을 수 있도록 한 기반기술이었음을 생각해본다면, 플라즈마를 산업에 활용함으로써 우리가 얻은 혜택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우리가 당면한 미래의 환경 및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의 많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플라즈마를 활용한 환경 및 에너지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 기계硏 플라즈마연구실
▲ 기계硏 플라즈마연구실

▲한국기계연구원의 플라즈마 연구=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1994년부터 플라즈마를 활용해 유해가스를 처리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대기압 조건에서 대용량의 가스처리를 위해 플라즈마를 발생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 해외 전문가 초청을 통한 기술자문, 해외에서 제작된 장비를 들여와 연구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해당 기술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플라즈마 발생기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에 기계연에서는 10여년 이상에 걸쳐 산업적 활용가치가 높은 유전체장벽방전 플라즈마, 회전 아크 플라즈마, 고전압 교류 전원을 이용한 진공 플라즈마 기술 등을 개발했다. 또 다양한 플라즈마 발생기술을 활용해 가스를 처리할 때 나타나는 반응 특성을 자세히 살펴 다수의 국내·외 논문발표와 특허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플라즈마를 활용한 연소기술=플라즈마 기술을 연소에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가솔린 엔진의 스파크 점화기(spark igniter), 가스터빈, 석탄 보일러 연소기와 같은 대형 연소기에 아크 플라즈마를 이용한 점화기를 들 수 있다.

현재 실용화된 점화기에 이용되는 스파크 및 아크 플라즈마는 전자 및 이온의 온도가 각각 수천 K 수준으로 유사한 평형(equilibrium) 플라즈마로 분류된다. 고온의 플라즈마는 열화학 반응에 필요한 열은 물론 저온조건에서도 점화반응을 진행시킬 수 있는 화학적 활성 종(chemically active species, 전자, 이온, 라디칼, 여기된 분자 등)을 발생하고 있다. 향후의 점화기술은 플라즈마 발생영역의 범위가 고온 플라즈마에 비해 넓은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점화기술이 유망하다.

현재 초희박 엔진에 해당 기술을 적용하려는 연구개발이 여러 연구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플라즈마 기술은 점화 뿐만 아니라 화염의 가연한계를 확장시키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플라즈마를 이용해 화염의 소거 또는 불안정성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은 안정된 화염을 얻기 어려운 디젤 배기관 내에 장착된 디젤 버너에 적용될 수 있다. 최근 디젤차에 대한 배기규제는 날로 강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PM(Particulate Matters)을 잡기 위한 매연여과장치의 재생 및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촉매 시스템의 열적인 관리를 위해 배기관에 소형의 디젤 버너를 장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온의 열을 발생시킬 수 있는 아크 플라즈마 기술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물체의 상변화 또는 화학적 전환에 필요한 열을 극히 짧은 시간 내에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꼽을 수 있다. 산업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와 같은 아크 플라즈마의 특성을 활용해 세라믹 재료를 금속표면에 코팅하는 플라즈마 스프레이 기술이 활용돼 왔다. 이 기술은 액상의 연료 또는 배기정화용 SCR 시스템의 요소수 미립화와 증발에도 응용될 수 있다.

▲기술이전 및 상용화된 기술=지금까지 플라즈마연구실에서 개발된 플라즈마 발생기술 가운데 상당수는 기업체에 이전, 상용화됐다.

가장 먼저 상용화된 기술은 디젤 배기관에 장착된 매연여과기를 재생하는 플라즈마 버너 기술로(연구책임자 송영훈), 회전 아크 반응기에 디젤연료를 공급해 플라즈마와 화염이 동시에 같은 공간에 있게 하는 기술이다.

디젤 배기관의 유속은 태풍의 유속보다 빠르고 산소농도도 낮아 일반 버너기술로는 안정적인 화염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플라즈마와 화염이 함께 있는 경우는 어떠한 운전조건에서도 매우 안정된 화염을 얻을 수 있다.

이 기술은 2007년도부터 여러 기업에 이전되었지만 그동안 배출규제가 강하지 않아 보급 대수가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적용되는 환경부의 제2기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정책을 통해 중소형 디젤차, 건설기계, 선박 등으로 보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플라즈마연구실에서 개발돼 상용화된 또 다른 기술은 반도체 공정에서 배출되는 가스를 진공펌프 전단에 설치된 진공 플라즈마 반응기에서 처리하는 기술(연구책임자 송영훈·허민)이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산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에 2013년 말부터 공급을 시작, 현재까지 약 300대가 공급됐다. 이 기술은 당초 진공펌프의 막힘 현상을 줄이기 위해 개발됐지만, 당초의 목표달성은 물론 공정에서 배출되는 지구온난화가스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것이 밝혀져 관련 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실용화될 유력 기술=플라즈마연구실에서 보유한 다양한 기술은 향후에도 환경규제의 강화나 새로운 에너지 기술의 출현에 따라 실용화될 전망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실용화될 수 있는 유력한 기술 후보로는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발생시키는 플라즈마 연료개질(fuel reforming) 기술 및 이를 응용한 기술을 꼽을 수 있다. 이 기술의 실용성을 검증하기 위해 플라즈마연구실의 대다수는 이달부터 광양에 소재한 산업현장에서 상당기간 머물며 실증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플라즈마연구실에서는 플라즈마와 연소를 융합한 기술, 플라즈마를 활용한 촉매의 활성화 기술, 저온 플라즈마를 이용한 재료의 표면개질 및 산화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플라즈마연구실은 연소공학, 촉매, 플라즈마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전공한 연구원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의 연구 트렌드 중 하나인 융합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연구실로 인정받는 것이다.

실제로 플라즈마 연구실이 수행하고 있는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는 한국화학연구원이 주관하고 있는 '화학공정 융합연구단'사업으로, 세부 연구책임자로 참여하고 있는 이대훈 박사는 2000년대 초부터 촉매연소를 테마로 박사학위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 화학연구원의 촉매 실험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다.

해당 융합연구단에서 기계연은 열관리 및 반응제어시스템, 플라즈마와 촉매가 융합된 새로운 화학공정 개념을 개발하고 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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