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5대 금융악' 뿌리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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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5대 금융악' 뿌리 뽑는다

피해 현황, 보이스피싱 피해 전년比 59% 증가… 미적발 보험사기 규모는 4兆 추정 대응 전략, 금감원 '민생침해 특별대책단' 발족… 경찰청 핫라인 재정비로 신속 대응

  • 승인 2015-04-12 13:15
  • 신문게재 2015-04-13 10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최근 정부가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을 빙자해 전화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대출사기 조직은 피해자들에게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금리 2.5%짜리 안심대출로 전환해줄 수 있지만, 개인 평점과 신용등급이 부족하니 이를 올려야 한다”고 속여 총 1억여 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안심전환대출이 전국적으로 열풍을 일으키자 이를 빙자해 벌어진 금융사기다. 또 얼마 전에는 '금융감독원 은행전산보안팀 이동수 과장', '박선영' 등으로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 피싱도 벌어졌다.

한국사회가 보이스피싱, 불법 사금융, 불법 채권추심, 꺾기, 보험사기 등 각종 '금융악'에 병들어 가고 있다. 다수의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으며, 특히 서민 등 취약계층은 금융사기 피해에 이중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편집자 주>

▲5대 금융악 피해 여전=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액은 216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8.6%나 증가했다. 건수로는 3만6000건에 달해 전년대비 37.3% 늘었다. 특히 피싱사기 피해액은 2012년 1154억원, 2013년 1365억원, 2014년 2165억원으로 매년 크게 증가했다.

금감원 이동수 과장, 유명 정치인 사칭 등은 물론 최근 안심전환대출 등을 빙자한 수법까지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했다. 대출사기 피해상담 건수도 2012년 2만2537건, 2013년 3만2567건, 2014년 3만3410건 등 증가 추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피싱사기에 활용된 대포통장은 4만4705건으로, 전년대비 16.3% 증가했다. 당국과 금융권의 근절 노력에도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 피해는 범정부 차원의 단속효과에 힘입어 감소했으나 피해상담·신고 건수는 연간 1만1000건으로 여전히 발생빈도가 높은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하에서 수신기능이 없음에도 '고수익보장', '투자원금 보장' 등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해 돈만 챙기고 달아나는 유사수신업체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2012년 65건에서 지난해 115건으로 2년만에 2배나 증가했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불법채권 추심행위도 여전하다. 그동안 근절노력으로 민원건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2000여 건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채권 추심 민원은 1860건이었다. 은행보다는 여신전문금융회사, 신용정보회사, 대부업체 등 비은행권(1675건·90.1%)의 과도한 독촉, 불법 홍보물, 법적 절차 허위 안내 등에 대한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금융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고객에게 다른 상품의 가입을 강요하는 '꺾기'도 최근 편법 행위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출 시 바로 상품 가입을 요구하지 않고 1개월 경과 후 상품 가입을 강요하거나, 지주 계열사 상품에 가입하게 하는 수법이다. 분쟁조정 중인 고객을 대상으로 과다한 소송을 제기하거나 대출관련 부당한 담보·보증 요구 및 이익편취 행위에 대한 피해신고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보험사기는 범죄수법이 교묘해지는 등 가장 문제가 되는 민생침해 범죄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약 6000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 규모는 약 4조원 이상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1년 4237억원, 2012년 4533억원, 2013년 5190억원, 2014년 5997억원이다. 특히, 최근 들어 연루자 확산, 수법의 지능화·다양화, 강력범죄와의 연계 등 보험사기의 양태가 조직적이고 대담해지고 있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감원, 특별대책단 신설=금융감독원은 '민생침해 5대 금융악 척결 특별대책단'을 발족하고 금융사기, 불법 사금융, 불법 채권추심, 꺾기, 보험사기를 뿌리뽑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그동안 집중단속에도 날로 수법이 교묘해지고 불법 행위가 여전하다는 판단에서 이뤄졌다. 대책단은 금감원 수석부원장(단장),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 금융혁신국 선임국장, IT·금융정보보호단 선임국장, 보험조사국장, 분쟁조정국장, 대부업검사실장, 여신전문검사실장 등이 참여하며 종합대응반과 부문별 대응반 등 6개 반으로 구성됐다.

앞으로 대책단은 5대 금융악 동향 분석과 실효성 있는 대책 강구, 관계기관과의 협력·공조 등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수행한다. 피해자들이 쉽고 빠르게 신고·상담할 수 있도록 '5대 금융악 신문고'를 설치한다. 현행 '원스톱 금융상담서비스 1332'에 '5대 금융악' 메뉴를 신설(0번)해 ARS 전반부에 배치하고 분야별 전문 상담원 또는 대응반을 바로 연결토록 조치했다. 금감원 홈페이지에도 '5대 금융악' 종합페이지(배너형태)를 신설한다.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이 5대 금융악에 신속·긴밀히 대응할 수 있도록 금감원·경찰청 간 핫라인을 재정비한다. 핫라인은 금감원 본원·4개 지원(6개 사무소)과 경찰청 본청·16개 지방청·250개 일선경찰서 간에 전화·이메일 등을 통해 구축된다. 정부 관계기관(경찰청, 보건복지부 등) 및 범정부 TF 등과도 5대 금융악과 관련된 정보공유와 협업채널을 상시 가동한다. 특히 보이스피싱을 포함한 금융사기 등에 대한 강력한 척결의지를 실천하기 위한 경찰청·금감원 간 공동대책을 적극 추진한다. 또한 은행연합회 등 금융협회와 금융 관계기관의 부기관장이 참여하는 범금융권 협의체를 이달 중 출범시킬 예정이다.

5대 금융악은 금융거래에 대한 다수 국민의 불안을 야기하는 등 금융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인 만큼 금융권 전체가 관심을 갖고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5대 금융악을 포함한 각종 금융범죄 및 금융사고에 따른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행 금융소비자 경보제도를 전면 개편해 보다 체계적으로 운용한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개인정보 불법유통 시민감시단'을 '5대 금융악 시민감시단'으로 확대 개편하고 활성화한다. 감시단 인원을 현행 50명에서 200명으로 증원한다. 지역별로 균형 있게 구성하고, 금감원 본원 및 지방 사무소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감시활동 실효성을 높인다. 금융소비자 보호기능 강화와 연계해 5대 금융악 대응을 위한 금감원 조직과 인력 보강을 추진한다.

불법금융행위 단속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퇴직경찰관 및 금감원 연구위원을 특별대책단 자문역으로 임명한다. 이들은 5대 금융악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기획조사·수사지원 관련 자문 역할을 수행하며, 정보취약계층인 노령층 등을 찾아 생활밀착형 피해사례 및 대응요령 등을 교육하게 된다.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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