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규격 볼라드는 높이가 낮아 시각장애인들이 걸려 넘어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교체가 시급하다. 하지만 각 자치구는 열악한 재정 상태를 이유로 관련 예산 편성에 미온적이며, 유성구는 현황 조차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대전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볼라드는 동구 3564개, 중구 2356개, 서구 7085개, 유성구 5000여 개(추정), 대덕구 2995개 등 총 21000여 개에 이른다. 이중 비규격 볼라드는 동구 2176개, 중구 1597개, 서구 3441개, 대덕구 1546개 등 총 8760개며, 유성구까지 포함하면 1만여 개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비규격 볼라드가 절반 가량에 이르는 것은 지난 2006년 1월 높이 80~100㎝, 직경은 10~20㎝에 충격흡수가 가능한 재질로 설치하도록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6년 이전에 설치된 화강암으로 된 볼라드가 교체 대상이다. 문제는 각 자치구가 이를 교체하기 위한 예산을 단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 자치구는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공통적으로 열악한 재정상태를 들었다. 규격에 맞는 볼라드가 개당 20만~25만원인데다가, 기존 볼라드를 철거하고 설치하려면 보도블록까지 교체해야 하는데 현재의 재정상태로는 수억원을 투입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예산편성이 어렵다면 비규격 볼라드 교체를 위한 장기계획이라도 세워야 하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자치구 조차 없어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동구는 보도정비를 하면서 몇 개씩 교체하고 있는 실정이며, 민원이 접수되는 곳에 한 해 교체를 하고 있었다. 중구는 긴급도로보수로 편성된 예산 중 예산이 남으면 볼라드를 교체하고 있었으며, 대덕구 또한 도로관리 예산 중 우선 순위에 투입되고 남은 예산으로 교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서구가 유일하게 5년 안에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 전부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열악한 재정상태에서 비규격 볼라드만 교체하는 예산을 세우기는 어렵다”며 “도로시설물이 볼라드만 있는 것도 아니고 포트홀 등 정비할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닌데,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볼라드는 자치구에서 관리하는 시설물이기 때문에 시에서 예산을 지원해 주거나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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