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균 대전선병원 혈관외과 과장 |
복부 대동맥류는 흔히 배 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따로 증상이 없는데다 파열로 인한 사망률이 50~90%에 달할 만큼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침묵의 살인자, 복부 대동맥류에 대해 김영균 대전선병원 혈관외과 과장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보자.
▲ 파열 시 출혈과 쇼크로 생명 잃을 수도=대동맥류는 대동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혈관벽이 얇아지는 질환이다. 동맥경화증이 대동맥에 발생하면서 혈관이 혈압을 견디지 못해 서서히 부풀어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5배 더 많이 나타나며 대동맥류의 75% 정도가 복부대동맥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된다. 간혹 마른 사람에게서 복부에 맥박이 느껴지는 덩어리(종괴)가 만져지는 경우가 있다. 비특이적인 증상으로는 복통, 복부 팽만감, 오심, 구토, 요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환자가 복통 또는 흉통 등의 증상을 느낄 정도가 되면 이미 대동맥류 파열이 임박했거나 파열이 발생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특히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일시적으로 많은 양의 혈액이 흘러나와 쇼크 상태에 빠지면서 생명을 위협하므로 심각한 질환이라 할 수 있다.
▲크기에 따라 파열 위험 증가=정상적인 복부 대동맥의 지름은 2~2.5 정도다. 보통 3 이상으로 증가하면 복부 대동맥류로 진단한다. 대동맥류는 지름이 커질수록 파열의 위험도 커진다. 지름 5 이상이면 연간 5~10%, 6 이상이면 10~20%, 7 이상이면 20% 이상 파열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대동맥류는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약 80%는 지름이 점차 커지고, 나머지 20%는 크기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름이 5 이상이면 가급적 빠른 시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초기에는 파열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약물 치료를 우선 시행할 수 있다. 약물치료는 일반적으로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시키는 약물과 통증을 조절하는 약물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는 대동맥류의 진행을 방지할 뿐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므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널리 알려진 수술적 치료 방법으로는 개복을 통한 대동맥류 치환술과 혈관 내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 두 가지가 있다. 먼저 개복술의 경우 복부에 긴 흉터가 남고 입원과 회복기간이 긴 반면 재수술 또는 재시술의 빈도가 낮아 일반적으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이 없는 젊은 환자를 대상으로 많이 시행하고 있다.
혈관 내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양쪽 사타구니 부위를 최소한으로 절개한 뒤 인조혈관을 대동맥류가 있는 부위에 삽입하는 방법이다. 흉터가 거의 없고 시술과 회복기간의 짧지만 10% 이상의 환자에서 추가적이 시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대동맥류가 발견되면 전문의와 상의 후 최적의 치료를 하는 것이 대동맥류 치료의 정답이다.
▲조기 발견이 파열 위험 막는 지름길=대동맥류가 파열되면 응급처치 여부와 관계없이 사망률이 50% 이상에 달할 뿐만 아니라 수술을 받는다 하더라도 중증합병증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조기 검진을 통해 파열이 되기 전에 미리 발견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 파열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동맥류는 복부 초음파 검사나 CT 촬영을 통해 쉽게 진단되기 때문에 일반 건강검진을 시행할 때 해당 검사들을 함께 받는 게 좋다.
또한 가족력을 갖고 있거나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등 동맥경화증의 위험요소가 있는 경우 남자는 55세, 여자는 60세부터 1년에 한 번 이상은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예방을 위해서는 식이조절이 필수이다. 염분 섭취를 줄이고 가급적 육류보다는 생선을 먹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 저지방식을 권한다.
꾸준한 운동도 중요하다. 하루 최소 20분 이상 의식적으로 운동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걷기, 자전거타기, 수영 등의 유산소운동이 효과적이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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