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호남선이 2일 개통됐지만 서대전역 알림판에는 정차하는 KTX열차가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 반면 대전역 플랫폼은 열차를 이용하려는 승객들로 평소보다도 더 붐비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KTX 호남고속철도 운행 첫날인 2일 오전 7시 서대전역 대합실.
서울·수도권으로 출근하는 시민들로 한창 북적일 시간이지만 역은 한산했다. 열차 이용객들로 분주한 출근시간임에도, 시민들의 발길은 뜸했다.
KTX 호남선의 개통·운행으로 기존 오전 7시4분과 7시36분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첫차가 8시32분으로 옮겨졌기 때문. 서대전역에서 KTX 첫차를 탈 경우 서울 용산역 도착이 9시27분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서대전역의 통근 기능은 상실된 셈이다.
서대전 역 주변 상인들은 열차운행 감소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로, 걱정만 쌓여가고 있다. 한 상가 주인은 “원래 지금 시간이면 사람들로 붐벼 한창 바쁠 때인데, 손님 2명밖에 받지 못했다”며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비슷한 시간대 대전역은 열차를 타기 위한 승객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뤘다. 서대전역 이용객들이 대전역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씨는 “코앞에 있는 서대전역을 놔두고 대전역까지 가느라 정신없는 아침을 보냈다”며 “지하철을 타고 대전역까지 가야해 바쁜 아침시간에 너무 불편하다. 언제까지 사서 고생을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하소연 했다.
곳곳에선 플랫폼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풍경도 연출됐다. 한 시민은 “서대전역만 이용하다 오랜만에 대전역에 왔는데 플랫폼이 많아 당황스러웠다”며 “열차를 놓칠 뻔 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날 서대전역에 갔다가 헛걸음한 시민도 많았다. 한 택시기사는 “오늘부터 바뀐 운행시간을 몰랐던 일부 시민들이 서대전역에 왔다가 깜짝 놀라며,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대전역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바뀐 열차 시간으로 시민들의 혼란만 가중된 셈이다.
한편, 이날 오후 공주역은 개통식에 참석한 2000여명의 지역민 등으로 시끌벅적했다. 차량은 역 진입로까지 가득 주차됐고, 대합실과 광장뿐 아니라 승강장까지 구경꾼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실제 이용객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날 공주역을 정차하는 34개의 열차 중 16번째 차까지 이용객은 총 357명뿐이었다. 승차 259명, 하차 98명이다. 상행은 83명이 타고 32명이 내렸으며, 하행은 176명이 타고 66명이 내렸다.
낮 12시37분 상행은 이용객이 전혀 없었고, 오전 11시35분 하행은 55명이 타고 7명이 내려 가장 많은 이용률을 보였다. 호남선 KTX가 공주역을 지날 때 3시 이전 16개 열차에는 모두 각 141명 이하의 이용객만 탑승한 상태였다.
주민 중 호남에 연고가 있는 소수는 환호했지만, 대다수는 한숨만 내쉬었다.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공주역에 왔다는 이모씨는 “딸이 전북 정읍에 살아 자주 이용할 것”이라며 개통을 반긴 반면, 대다수 이용객은 “개통한다기에 한 번 타봤는데, 언제 공주역에 또 올지 모르겠다”며 헛웃음만 지었다.
박전규·내포=유희성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