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의 영원한 왕좌로 군림할 것 같던 대전삼성화재블루팡스가 신흥 강팀으로 부상한 OK저축은행에 무너지며 '왕조시대'를 마감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1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OK저축은행을 상대로 가진 '2014~2015 NH농협 V리그'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배했다. 앞서 1, 2차전에서 연패한 삼성화재는 이날 패배로 8시즌 연속 챔피언 달성에 실패했다.
챔피언 결정전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V리그 7연패라는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의 역사를 쓰고 있는 삼성화재가 창단 2년차 막내구단 OK저축은행에 맥없이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이 아예 나오지 않았다.
이는 프로배구가 출범하기 전인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화재가 8연패를 달성한데 이어 프로 출범 후에도 선수 수급 등의 어려움이 계속되는데도 2007~2008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7연패를 하는 등 '부동의 배구 왕조'로 오랜 역사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V리그 챔피언을 독식한 댓가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늘 후순위로 밀리면서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도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코트의 제갈공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번 위기를 딛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여기에는 가능성이 큰 용병을 선별해 V리그에 특화시켜 육성하고, 공격의 50% 이상을 맡기는 대신 나머지 선수들이 뒷받침하는 신치용 감독의 '시스템 배구'가 큰 역할을 했다. 신 감독의 이런 전략 대해 '몰빵배구'라는 비아냥까지 나왔지만, 삼성화재 V7 위업의 원천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점차 한계에 봉착했고, 변화된 프로배구의 트렌드에 고개를 숙였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밀리며 좋은 선수를 데려오지 못하면서 선수 수급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수년을 근근히 버티던 삼성화재는 올 시즌 국가대표 라이트 공격수 박철우마저 군으로 보내야 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삼성화재는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하며 8연속 챔프에 도전했지만 '토털배구'를 내세워 막강한 공격력을 쏟아붓는 OK저축은행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삼성화재의 에이스로, 왕조의 시작을 함께 했던 김세진이 지휘봉을 잡은 OK저축은행은 이민규의 다양한 세트 플레이 조율 하에 시몬과 송명근 등 양 날개 공격수, 센터 공격수까지 가담하는 전방위적 공격 배구에 '왕조의 배'가 침몰한 것이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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