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저 모건 [연합뉴스 DB] |
재계약에 실패한 펠릭스 피에의 자리로 낙점됐지만 김성근 감독의 눈밖(?)에 나 잔류군 신세를 면치 못했던 모건이 개막전부터 맹활약하면서 올 시즌 한화의 빠뜨릴 수 없는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용병 잔혹사가 이어진 한화에서 모건이 피에를 능가하는 '에이스 용병'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시즌 초반부터 나오고 있다.
한화는 피에와의 재계약에 공을 들였지만 에이전트 측에서 높은 금액을 불러 결국 포기했고, 김성근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악동으로 유명했던 '토니 플러시' 나이저 모건을 선택했다.
모건은 한화 스프링캠프 당시 용병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성근 감독은 1월 하순에 일본 고치 1차 캠프로 합류시켰다가 갑자기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충남 서산의 잔류군 캠프로 보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오키나와 2차 캠프로 다시 합류시켰다. 하지만 또다시 며칠 만에 잔류군 캠프로 향했다. 모건은 시범경기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모건의 이런 움직임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다. 김 감독이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선 고치나 오키나와 재활캠프로 보내면 될 일인데 잔류군으로 보낸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한상훈, 이용규, 최진행 등 몸 상태가 갖춰지지 않은 선수들을 스프링캠프 재활군으로 보냈다는 점에서 모건의 잔류군행에 대한 의문은 더 들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 감독이 모건을 못마땅해 한다는 설이 흘러나왔다. 한 야구계 인사는 “김성근 감독이 봤을 때 모건의 훈련 태도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잔류군으로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김 감독이 과거 타 팀 감독 당시 용병과 기싸움을 하며 길들인 전력을 볼 때 설득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 감독은 2002년 LG 시절에 라벨로 만자니오를 비롯해 SK 때는 케니 레이번 등 기가 센 용병 선수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등 알려진 전례만 해도 다수다.
하지만 김 감독은 개막을 목전에 두고 한화의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모건을 1군으로 불러들였고, 김 감독의 기대에 모건은 일단 부응하는 모양새다.
모건은 지난달 28일~29일 서울 목동 넥센전에서 9타수 4안타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줬다. 첫 날에는 4안타로 맹타를 휘둘렀고, 이튿날에는 안타가 없지만 몸에 맞는 볼로 나가 쐐기 득점을 가져왔다. 4안타(2루타 2개) 뿐만 아니라 사사구 2개와 도루 1개까지 보태며 출루율 0.545, 장타율 0.667을 기록하는 등 종횡무진했다.
타격에 머물지 않고, 주루와 수비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보여주며 지난해 피에의 자리를 충분히 채워줄 선수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스타일과 끝내 맞지 않는다면 팀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악동 모건이 김 감독의 스타일에 맞춰 팀에 잘 녹아들어 '2015 독수리의 도약'을 견인할 지 프로야구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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