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 2일 개통되는 호남KTX 공주역사 모습. 공주역에 KTX는 평일 33회, 주말 35회 정차한다. |
서울로 온 가족이 이사할 형편이 안됐던 김씨는 주중에 서울 용산역 근처에서 고시원을 얻어 생활해 왔다. 하지만, 김씨는 조만간 고시원을 정리하고 공주에서 출·퇴근키로 결정했다.
다음달 2일 개통을 앞둔 호남고속철도 덕택이다.
공주역에서 오전 7시4분 용산행 KTX를 타면 용산역에 1시간4분 만인 8시8분에 도착, 출근시간을 맞출 수 있다. 승용차와 버스로 평균 2시간 걸렸던 과거와 비교할 때 절반의 시간이 단축된 셈이다.
퇴근 때에는 용산역에서 오후 6시20분, 6시57분 공주행 KTX를 이용하면 된다.
김씨는 “호남 KTX 개통으로 아침과 저녁식사를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있게 됐다”며 “충남과 서울의 거리가 한 층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조만간 달라진 자신의 생활상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호남KTX 개통은 수도권과 호남권으로의 접근성 좋아진 데만 그치지 않는다. 도민의 비즈니스 및 생활, 문화 영역이 전반적으로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평일 퇴근 이후 서울에서 스포츠 또는 공연을 보고 충남으로 귀가할 수 있어 지역주민의 문화 소외 현상을 극복하는 계기가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이 1시간 생활권에 들어옴에 따라 수도권 소재 기업을 충남으로 유치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역에 관광객을 유치하는데도 호남KTX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공주는 물론 부여, 논산, 계룡, 청양을 잇는 백제문화권 벨트에 전국의 관광객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충남도는 이미 ▲공주코스 ▲부여코스 ▲공주·부여코스 ▲농촌체험 코스 등 4개 관광코스를 개발해 놓은 상태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주역 활성화가 충남도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공주시 이인면 신영리에 들어선 공주역은 연면적 5273㎡, 건축면적 4500㎡로 3층 규모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이 공주역의 하루 이용객을 2000명 선으로 잡고 있어 '유령역'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대전역 4만 6000명, 서대전역 1만 3000명, 익산역 1만 명 등 다른 KTX역과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다.
역사 위치도 문제다.
공주시 이인면에 있는 공주역은 공주~서천고속도로 남공주IC를 나와 편도 1차선의 구불구불한 국도를 15분여 더 가야 다다를 수 있는 '오지'에 있다. 통상 다른 역사 안이나 주변에 마트, 식당 등 고객 편익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공주역은 안과 밖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같은 시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충남도는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결 도로 개설과 셔틀버스 운행 등을 계획하고 있다.
공주·논산·계룡·부여·청양 5개 시·군을 공주역세권으로 묶어 교통·역사·문화·교육·주거·산업 등 융복합발전 전략 수립도 계획하고 있다.
공주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부 시·군 간 불거진 갈등도 조절해야 한다. 공주·논산·부여·계룡 택시사업권 조정 문제가 그것이다.
부여·논산·계룡 택시가 추가요금이나 분쟁 없이 공주역에서 손님을 태울 수도, 내릴 수도 있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로 공주 택시가 승객을 태우고 논산이나 계룡 등지를 가더라도 다시 공주역 승객을 태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택시사업권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주역에서 택시를 이용하고자 하는 논산·부여·계룡 등 승객의 불편과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일각에서는 군사시설 활용 등 지역적 특성을 살린 활성화 방안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김기영 도의회 의장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공주역세권 활성화를 위해 백제문화권과 연계한 관광 상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며 “인근 논산훈련소와 연계한 국방클러스터 구축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우 충청권상생발전특위원장은 “충남도와 도의회, 코레일이 백제 문화권 유네스코문화유산 등재 등 충남 관광산업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공주역 활용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포=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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