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Wee센터 실장 "상처받은 아이들과 마음의 대화"

이수진 Wee센터 실장 "상처받은 아이들과 마음의 대화"

내 아이라고 해서 다 알수없어… 학부모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 마음의 상처 최고의 처방은 '진심'… 치료~일상복귀까지 도와

  • 승인 2015-03-25 14:29
  • 신문게재 2015-03-26 10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인터뷰] 이수진 대전교육청 위(Wee)센터 실장


입학한지 일주일도 안된 두 여고생이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고민을 나누고 서로를 의지했던 두 소녀가 내린 결론은 결국 죽음이었다. 누군가 그들의 얘기를 들어줬더라면, 그리고 누군가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 줬더라면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학창시절부터 친구들의 고민을 듣는게 좋았던 이수진 대전시교육청 위(Wee)센터 실장이 심리학을 전공하고 전문상담교사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도 바로 그때 그 소녀들이 마지막으로 접했던 막막함과 맞닿아 있다. 이 실장이 근무하는 위센터는 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 실장을 통해 위기학생, 학교 부적응 학생, 학교 폭력 가해와 피해 학생에 대한 맞춤식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센터만의 원스톱 종합 지원 서비스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아이들의 마음을 치료해 결국 일상생활과 학교로의 복귀를 돕는것이 저희의 궁극적인 목적이죠.”

▲공감하고 소통하는 마음 나눔=이수진 위센터 실장이 전문 상담교사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어느덧 9년차를 맞았다.

“어렸을때 친구들이 저한테 상담 많이 하는 편이었어요. 친구들 얘기는 들어줄 수 있는데 어느 순간 좋은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얘기만 해주니까 답답하더라구요.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마음을 읽는 기술을 알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심리학을 전공하고 자연스레 상담교사가 됐고 괴정중에서 근무하다 본청인 위센터 실장으로 자리를 옮긴것은 3월부터다.

학교에 설치돼 있는 위(Wee)클래스가 학교 생활의 적응을 고민하는 학생들을 상담하는데 그쳤다면 2차 안전망인 위센터에는 학교 폭력 가해자에서 부터 피해자는 물론이고, 우울증이 심해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자해까지 아이들까지 위기에 놓은 상처받은 아이들을 만나 적절한 치료와 복귀까지 도와준다. 필요에 따라서는 약물치료에서 부터 병원치료, 그리고 대안학교까지 아이 하나하나에 맞는 맞춤식 처방이 내려진다.

이 실장은 “사이버상으로의 소통만 원하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아파도 감정 표현을 제대로 못한다”며 “감정에 대한 많은 단어가 있는데도 고작 'ㅠㅠ '나 '^^'와 같은 이모티콘으로밖에 자신을 표현 못하니 문제가 있어도 제대로 고민을 털어놓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마음이 아픈 아이들에게 이 실장의 처방은 진정성이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면 안돼요. 아이가 세상 밖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유인책 마련하는게 중요하다”며 “내가 어른이니까. 내가 부모니까 내말이 맞다고 하는게 아니라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아이와 함께 대안책을 토론하고 논의할수 있는 기회들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이 실장을 비롯해 위센터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바로 부모의 참여다.

“아이만 마음을 치유해준다 해도, 그 아이가 돌아가는 환경이 예전과 같으면 아이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요. 늘 말씀 드리는게 자식 아니라 부모님 자신을 위해서라도 상담을 받으시고, 강의를 들으시라고 해요. 내 아이라도 다 알순 없어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 대전시교육청 위(Wee)센터에서 근무하는 학생 전문 상담교사들이 밝은 표정으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대전시교육청 위(Wee)센터에서 근무하는 학생 전문 상담교사들이 밝은 표정으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세상밖으로 상처 받은 아이들을 꺼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고의 보람=얼마전 여고생 둘이 자살을 택했다. 이 실장에게도 그 사건은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서로의 고민을 나눌만큼 의지했고 그래도 죽음도 같이 했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이 아파요. 그중 한 명라도 좋은 쪽으로 결론을 내려 다른 한명을 끌어줄수 있었다면 그런 사고는 막을수 있었을 텐데 두 아이 모두 결국 최악의 선택을 택해버렸으니까요.”

낯선 환경과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을 더는 다른아이들까지 느끼게 할 수 없었다. 사고가 발생한 즉시 위센터는 해당 학교를 찾아 전교생을 대상으로 위기 스크린 검사를 실시하고 고 위험군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계속해왔다. 지난주까지 위센터 인력들이 상주하며 상담을 하고 그곳에서 발견된 고위험군 학생들을 위해 긴급 SOS지원단을 투입했다.

“1학년 학생 33명, 2학년 8명, 3학년 29명 등 총 70명이 고위험군 학생이더라구요.”

매년 4월마다 국가에서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정서행동검사에서 평균적으로 한 학년에서 10~20명 내외로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1학년에서만 33명으로 많이 나온 편이다. 그래서 위센터는 교육부에 요청해 다음주부터는 정신과 의사가 이 학교를 방문, 학생상담에 나설 계획이다.

미처 위센터의 손길이 닿지 못한 안타까움 만큼 보람된 일도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은둔형 외톨이였던 고3 학생을 만난 적이 있어요. 사람이 싫고, 학교가 싫어했던 아이였는데 집에도 찾아가고 학교수업은 안해도 좋으니 학교에 와서 상담실에라도 있다 가라고 사정을 했어요.”

진심은 통했다. 세상을 거부하던 아이는 조금씩 세상밖으로 걸음을 옮기더니 결국엔 대학에도 진학했다. 컴퓨터가 전부고 게임에만 몰두했던 문제아였던 아이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판타지 소설가를 꿈꾸는 국문학도가 됐다.

상담에서 부터 치료, 그리고 일상으로의 복귀까지 한 아이의 마음을 치료하는 중요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7명의 전문인력으로 행하기에는 조금 여력이 없는것도 사실이다.

“사실 위센터에 너무도 좋으신 전문가들이 계시고, 학교에서도 그만큼 많이 의지하는데 그 수요만큼 저희의 여건이 안따라줄 때가 많아요.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인원을 확충해 더 많은 분들이 저희 위센터를 이용했으면 좋겠어요.” 이어 이 실장은 “우선 이곳의 문을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한 아이의 삶이 바뀔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담·정리=오희룡 교육팀장ㆍ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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