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라는 거대 조직이 농민을 비롯한 지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지만, 역시 조합장 선거는 또 그들만의 잔치가 되고 말았다.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지던 11일 지역 투표소에는 농협 등의 조합원 및 직원들만 배치되면서 공정한 시각의 감시기능을 잃었다.
각 후보자가 지정한 참관인은 물론 있었지만, 이 또한 모두가 조합원인 탓에 엄격한 감시는 어려워 보였다. 만약의 사태에서 한 식구인 이상 작은 부정이나 실수는 덮고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투표소 안에 온통 아는 사람들만 있다 보니 누가 투표하고 안했는지 꿰뚫을 수 있는 등 눈치가 보인다”며 “안에 있는 사람이 휴대전화로 '아무개가 아직 투표를 안 했다'는 정보를 흘릴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설득이나 금품제공 등의 과정을 통해 찍어주기로 약속해 놓고 투표를 안했을 때, 독촉이나 보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조합장 선거는 지역의 관심과 제대로 된 감시가 필요하지만 평일 진행, 인력부족, 지역민 외면 등으로 인해 여전히 불공정 선거 위험성을 안고 있다.
지역 선관위 관계자는 “위탁운영되는 조합장 선거는 전국 동시에 한다는 것만 달라졌을 뿐 농협 내부에서 서로 감시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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