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시장은 비교적 순탄한 정치 역정을 거쳤다. 행정고시 최연소 수석 합격해 대전시 행정·정무부시장,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국장, 참여정부 인사비서관 등을 지낸 후 두 차례의 국회의원 당선과 한 번의 낙선, 그리고 대전시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민선 6기가 출범하자마자 검찰에 발목이 잡혔다. 6·4 지방선거 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그것도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덜미를 잡은 검찰은 바빴다. 핵심 용의자들이 체포 직전에 도주하는 등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청구했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는 등 독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독수독과(毒樹毒果) 논란 속에서도 급기야 권 시장 측근으로 분류된 인사들은 줄줄이 구속됐다.
결국, 모든 배후자로 지목된 권 시장이 대전시 민선 자치 사상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은 후 기소까지 됐다. 검찰은 징역 2년 등을 구형했고, 첫 번째 법원의 판단이 5일 후인 16일 내려진다.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과정에서도 권 시장의 행보는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KTX 호남선과 관련한 현안 해결을 위해 호남권을 잇따라 방문했고 공약사업과 개혁작업 등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술렁이는 공직사회와 지역사회를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권 시장의 한 측근 인사는 “수사와 재판 때문에 150만 시민의 대표가 주눅이 들어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 움직이는 게 책임지는 자세”라고 말했다.
1심 선고를 5일 앞둔 11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대전에서 찾아 최고위원회를 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은 '표적수사와 기소권 남용, 대전시장 흔들기' 등의 용어로 검찰을 겨냥하며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판단은 1심인 대전지법 제17형사부(재판장 송경호)의 몫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여러 이견이 있지만, 대체로 어느 정도 공감할 수준의 결론이 나올 것 같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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