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를 전혀 하지 않아도 소나무의 멸종에는 70여년이 걸린다는 건데, 국내 연구진이 아닌 일본의 연구결과를 그대로 갖다 쓰면서 다소 아쉬운 대응으로 지적받는다.
산림청의 연구성과는 없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어서 국가차원의 소나무재선충병 연구가 다시 한 번 절실히 요구된다.
8일 산림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방제를 전혀 하지 않고 방치해도 우리나라 소나무가 멸종하는 데 70년 이상 걸린다는 일본 연구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5일 녹색연합이 제기한 '방제가 없다면 3년 후 멸종 우려'에 대해 40여일만에 답변을 내 논 셈이다.
하지만 녹색연합은 국가적 재난인 재선충병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정부에 대해 불편한 심기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산림청은 2013년 가을부터 시작된 소나무재선충병을 막아낼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지난해 10월께 상황은 훨씬 심각해졌다.
이미 재선충은 진해, 거제, 통영, 진주, 사천 등을 지나 광양, 순천 등 전남지역까지 급격히 퍼져 확산된 것이다. 이와 함께 김해를 중심으로 부산, 기장, 울산까지, 또 여기서 남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무서운 속도로 주변으로 번지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광주, 포천, 양주까지 퍼져 북한산국립공원까지 위협받고 있고, 서울 남산으로까지의 전염도 염려가 되는 상황이다.
이런 사정에 산림청 내부적으로는 막대한 예산을 방제에 쏟아 붓고 있다.
산림청은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활동하기 시작하는 다음달 말 이전에 감염목을 완전 제거하기 위해 661억원을 투입해, 하루 평균 5000여명이 1만3000여그루를 방제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산림 전문 박사 A씨는 “산림청이 일본의 자료를 그대로 쓰는 것은 문제가 있는데, 이는 국내 연구진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라며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붓고 있는 재선충 방제에 대한 전문적인 국가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이 진심으로 국내 소나무의 멸종에 대해 우려하고, 공신력 있는 연구를 할지에 대해서도 충남도민들은 의문 부호를 달았다.
녹색연합은 “재선충병으로부터 소나무를 제대로 지키려면 국가 차원의 정밀한 현황파악 및 확산 분석을 통한 방제가 필수적”이라며 “종이 사라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방제작업을 하지 않으면 단기간 내 많은 소나무가 죽고 그 자리는 소나무로 다시 채우기 어려우며, 이에 따라 생태계가 변해 심각한 문제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