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급증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회복 속도가 더딘 만큼 부채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심각한 가계부채는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자산 부실로 이어져 금융시스템 전반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가계부채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정부는 '관리 가능 수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가계부채 증가폭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 잔액은 1089조원으로 전분기보다 29조 8000억원(2.8%) 증가했다.
전년보다는 67조6000억원 늘어난 수치로 국민 1인당 약 215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꼴이다.
가계대출 증가에는 주택담보대출이 큰 몫을 했다.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전셋값 폭등,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지난해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전분기보다 17조7000억원 증가했는데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15조4000억원을 차지했다.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소비와 성장 잠재력을 악화시키는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는 결국 가계소득이 증가해야 줄어드는데 현재는 반대”라며 “결국은 가계부채가 소비에도 부담으로 작용해 경기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우리나라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OECD 평균보다 높다. 2013년 기준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우리나라가 160.7%로 미국(115.1%) 등 OECD평균(135.7%)을 넘어섰다.
김 교수는 “현재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가계부채의 구조적 부실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부실채권에 대한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가계부채 증가가 경기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 증가가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부채가 계속 증가하면 결국 소비 부진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자칫 빚을 못 갚는 상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잠재적인 채무자들을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금융당국은 안전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소득 하위계층의 다중채무자도 다수”라며 “경제 상황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악성 채무자가 될 잠재력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균형잡힌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기 부양 과정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의 차주 70%가 고소득 차주이며, 부동산 실물 등을 더한 총자산이 총부채의 5배가 넘는 등 아직은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며 “현재 경기부양 정책들과 맞물려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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