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재판'에 따른 문제는 낭비와 갈등, 후유증 등으로 크게 세 가지라 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 낭비다. 재선거 비용은 해당 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 인건비와 인쇄비, 홍보비, 우편발송료, 선거운동 비용 보전 등 직접 비용만도 상당하다.
2008년 대전교육감 재·보궐선거 당시 42억 8600만 원이, 충남교육감 선거에선 135억 원의 예산이 들었다. 2009년 전직 교육감의 선거법 위반에 따른 재선거에도 126억 원이 쓰였다. 대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비용도 10억 원대에 육박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분석 결과, 2010년 지방선거 후 당선무효형을 받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은 모두 56명이다. 이들의 재선거에만 373억 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하지만, 사회적 비용 등 간접비용까지 포함하면 재선거로 인해 낭비되는 예산은 가늠하기 어렵다.
행정력 낭비도 문제다. 새로운 지방정부가 출범하면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수장이 등장할 때마다 지방정부의 정책 방향은 달라진다. 대전만 보더라도 2002년과 2010년 염홍철 전 시장, 2006년 박성효 전 시장에 이어 2014년 권선택 현 시장이 시정을 이끌고 있다. 그나마 중도에 낙마한 시장이 없었다는 점에서 임기 내 안정적인 시정을 이끌었지만, 이번만은 다르다.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 선고(16일)를 앞둔 권선택 시장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안사업과 공약사업, 개혁작업 등이 주춤할 수 밖에 없는데다, 최악의 경우 1년 넘게 추진돼 온 각종 정책 방향과 사업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는 “예산 낭비도 문제지만, 1년 넘게 계속된 혼란과 재선거 등을 감안할 때 대전시 전체로선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 분열로 인한 갈등도 만만치않다. 역대 충청권 선거에서 민심은 대개 세 갈래로 나눠졌다. 여당과 제1 야당, 그리고 이른바 '충청 정당'이다. 그만큼, 선거 때마다 민심은 분열될 수 밖에 없었다. 충청 정당이 사라진 첫 지방선거에서는 여당과 제1야당으로 갈렸다.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학계, 시민단체 등 모든 분야도 둘로 나눠졌다. 민심 분열은 줄었다고 할 수 있지만, 두 정당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아직도 곳곳에서 여진이 계속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재선거가 치러지면 파장은 예측불허다.
김영진 대전대 교수는 “영·호남과 비교했을 때 정치적으로 힘이 없어 선거 재판에 휘말리는 사례가 많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갈등은 결국 후유증을 낳게 마련이다. 현안사업은 타 시·도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공직사회는 중심을 잃어 보신주의가 만연하며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
금홍섭 혁신자치포럼 운영위원장은 “유권자의 신뢰를 저버리면 지방자치가 퇴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직선거법은 국민의 주권행사가 부패하고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만큼, 엄격하고 복잡하며 치밀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여러 곳에서 불합리를 제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출마 준비와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의도하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은 형법에 따라'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은 행위'라는 규정을 들어'관대'할 때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과 법원 모두 공직선거법에 맞게 엄격한 잣대로 판단해야 하지만,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된 만큼, 국민주권이라는 민주적 기본가치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끝>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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