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강화와 국가적 차원의 건설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자치단체들은 지역의 현실을 무시한 중앙집권적 행태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4일 대전시와 지역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행정자치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1월말 세종정부청사에서 전국 시·도 규제개혁 담당 부서와 가진 간담회에서, 대전시와 자치구가 지역기업 보호를 위해 시행 중인 조례를 오는 6월까지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지역 건설업체 우대 조례를 규제 개혁 걸림돌로 규정하고 이를 폐지 또는 개선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역외지역을 차별하는 지자체 경쟁제한 조례 추진계획(안)'을 마련했다.
지역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져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해 부작용이 불가피하고 기술개발이나 건설산업 활성화 등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전국 지자체와 업계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중앙의 횡포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전시에 폐지를 요구한 대상은 '대전시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와 '서구·유성구의 로컬푸드(Local Food)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등 2건이다.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는 2006년 처음 제정된 것으로, 핵심은 세 가지다.
우선, 지역건설산업에 참여하는 외부 건설업자는 지역업자의 하도급 비율 60% 이상, 지역건설산업체의 공동도급 비율을 49%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민간이 개발하는 지역건설 산업에 대해 지역업자의 공동 참여 및 직접 시공 비율도 확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 덕분에 2013년 기준, 대전지역의 종합건설 계약 총액 1조 7800억 원 중 지역건설업체가 9800억 원(55%)을 수주할 수 있었다. 지역 전문건설업체의 하도급률도 200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4년 평균 60%를 달성하기도 했다.
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역건설업체 수주율을 58%, 지역 전문건설업체 하도급률을 6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지역업체와의 계약률이 20% 이하인 지역대학과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에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대전시회 관계자는 “조례가 폐지되면 지역업체의 설 자리는 없어지고 지역건설은 물론 지역경제 전반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지역업체 보호를 위한 지자체 조례가 규제개혁 대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로컬푸드 조례도 마찬가지다. 이 조례는 지역 내 또는 인근에서 생산, 가공돼 직거래나 2단계 이하의 유통단계를 거친 농·축산식품을 지역주민에게 공급하자는 게 핵심이다. 지역 농·축산업인이 참여해 협력하는 마을공동체 조성의 일환으로, 구청장은 학교나 공공기관, 기업 등의 급식과 사회복지시설 급식에 로컬푸드가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이 조례 또한 외지 기업의 진입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로 폐지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지역민과 지역업체를 보호, 육성하기 위한 조례를 규제개혁 대상으로 보는 건 일방의 관점”이라며 “전국 지자체의 공통 사안인 만큼, 시·도지사협의회 등을 통해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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