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표 |
문 대표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국면마다 세종시를 활용해 위기를 타개했다. 이는 친노(친 노무현) 진영의 수장이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그에게 세종시는 최고의 유산이자 최대 업적이 될 수 있는 이유에서다.
문 대표는 최근 이완구 국무총리 인준 과정에서 호남총리론을 주장했다가 호된 마음고생을 겪어야 했다.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의 잇딴 반발과 함께 지역민들로부터 내년 총선에 대한 엄포가 쏟아진 것.
발언의 의도가 충청 출신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정황상 불리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문 대표의 돌파구는 세종시와의 인연 및 노력이었다.
그는 지난 1월 말께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저는 참여정부가 획기적 지역균형발전과 충청권 발전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할 때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취했던 태도를 아프게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새누리당은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추진하는 것에 반대했고 이전이 결정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수정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열린 전당대회에서도 그는 승부의 우위를 점하는데도 세종시를 사용했다. 당초 문 대표 측은 승리를 낙관했지만, 상황은 순탄치 않았다.
경쟁자인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을 향한 비노 진영의 결집 및 영향이 만만치 않아서였다.
박 의원이 지난 1월 17일 충남·세종 대의원 합동연설회에서 문 의원을 겨냥해 세종시 사수를 자신의 성과로 내세우자 그는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발전시키는 것은 저의 운명으로 여긴다”고 역설했다.
또 이해찬 의원(세종)과 이춘희 세종시장을 일컬어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신행정수도 세종시를 꿈꾼 주역”이라며 같은 진영인 자신의 공이 더 크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내세웠다.
박근혜 정부의 중간고사 격인 6·4 지방선거는 문 대표를 비롯한 야당에서는 패배가 있어서는 안되는 시점이었다. 지방선거에서 밀릴 경우, 내년 총선과 이후 대선에서의 악영향이 불가피한 탓이다.
특히, 세종시장 선거에 내재된 의미는 국회의원 선거구 1곳 이상이었다는 게 당시 친노 진영 국회의원들의 귀띔이었다.
지방선거 결과, 친노 진영은 자신들에게 특별한 곳이라고 여겼던 세종시에서 광역단체장인 세종시장을 탈환하는 동시에 다수의 시의원을 배출했다.
자신의 운명과 직결될 내년 4월 총선과 이후 대선을 위해 캐스팅보트 역할의 충청권 민심을 자극하는데 화약고였던 세종시 이슈를 적극 활용키 위함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그가 어떤 메시지를 던질 지 주목된다.
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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