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취지 공감하지만… '사회 경직' 불안감

공직·교육계 '업무위축' 우려, 유통업계 경기침체 심화 전망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위헌여부를 가리는 헌법소원이 처음으로 제기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4일“김영란법 적용 범위에 관한 규정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헌법소원 심판 신청을 이르면 내일 헌법재판소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입구 모습. 연합뉴스

●지역 반응

투명사회로 나가기 위한 일명 '김영란법'이 근본 취지의 정당성보다는 지역 사회 전반의 소통 부재 및 경제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직계를 비롯해 교육계, 경제계 등 지역사회 각 분야에서는 법 시행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를 열어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내년 10월부터 시행되며 공직자를 비롯해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 및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ㆍ이사 등이 직무 관련성 또는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 또는 향응을 받게 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에 대해 공직사회에서는 투명한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법적 장치라는 도입 취지에 대해 상당부분 공감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인 검찰과 경찰의 권한만 지나치게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게다가 공직자의 청렴 의무는 당연한 사안임에도 자칫 실수로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만을 키워 공무원들을 더욱 경직되게 한다는 불만도 이어졌다.

교육계에서는 법안에 대해 진일보한 변화라는 점에서는 동의하고 있지만 세부 조항에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창기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립학교도 공공영역이기 때문에 규제를 받는 것이 맞지만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도 “문제가 된 부분은 개정하고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계 역시 법 취지에 대해서는 존중한다는 반응이지만 한국 사회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지역 상공업계에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 조성을 위한 취지에 대해 상당부분 존중한다는 반응이다. 다만, 선물과 접대가 무조건 악행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건설업계도 법안 시행에 따라 공사 수주를 위한 영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람관계로 사업을 풀어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법안 시행으로 만남 자체를 꺼릴 수 있다는 얘기다.

지역의 유통업계와 금융업계 역시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통업계는 내수시장이 곧바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음식점 등의 경우, 법 시행과 함께 매출이 줄 것으로 예상되며 대통령까지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골프장마저 이제는 폐업위기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의 경우, 일부 정부기관과 관련된 업무 이외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은 없다는 표정이지만 경제 침체의 연쇄 효과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피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반응 속에서 자칫 '묻지마 신고' 등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컸다. 전문적으로 식사 장면을 촬영하는 식으로 만남 자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오히려 법안을 악용하는 사례가 예고되기 때문이다.

본사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