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공무원 눈치·복지부동… 암초에 걸린 권선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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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공무원 눈치·복지부동… 암초에 걸린 권선택호

사이언스 콤플렉스부터 호남선까지 '산넘어 산'… 정상추진 사업도 제동 우려

  • 승인 2015-03-03 18:42
  • 신문게재 2015-03-04 1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선거재판에 흔들리는 대전시정] (상)현안사업 중단 위기

대전시 ‘권선택호’의 민선 6기가 출범한 지 정확히 264일, 8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발목이 잡힌 채 아직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측근들이 잇따라 (불)구속기소되는 악조건 속에서 대형 현안사업들을 줄줄이 성사시키며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낙마(落馬)에 대한 우려를 떨쳐 낼 수가 없다.

산적한 현안사업들은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이언스 콤플렉스와 유성복합터미널, KTX 호남고속철, 선거구 증설, 도시철도 2호선, 충남도청사 활용방안 등은 중앙부처에 휘둘리고 있다. 대전시의 현안사업에 뛰어들어 도심의 노른자 땅을 차지한 대기업마저 수장(首長)의 안위를 운운할 정도다.

지역의 자존심은 상처를 받고 있다.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은 물론, 교육감에 이르기까지 선거만 끝나면 유독 충청권에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지역민이 선택한 결정을 좌지우지해 왔다. 이는 지역 분열로 이어졌다. 잇따른 재선거 등으로 민심은 분열, 동요됐고 시정ㆍ도정과 교육행정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며 혼란은 커졌다.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 낭비가 초래돼 결국 그 몫은 고스란히 지역민이 떠안아 왔다. 이에 본보는 ‘선거 재판’에 따른 영향과 결과, 후유증 등의 문제점을 집중 점검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중)술렁이는 지역 민심
(하)재선거땐 비용부담,후유증 만만찮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따른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전과 시민을 위한 지역발전 사업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대전에는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의 핵심인 사이언스 콤플렉스와 오랜 숙원이던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단절된 대전과 호남을 연결하기 위한 KTX 호남고속철 구간 연장과 서대전역~익산역 구간 직선화 등이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선거구 증설과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난제가 기다리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도심재생사업의 핵심인 옛 충남도청사 활용방안과 국립철도박물관 유치 등 현안사업이 산적해 있다.

사이언스 콤플렉스 조성사업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일방적인 약속 파기로 사실상 멈춘 상태다. 민간사업자인 (주)신세계 컨소시엄조차 계산기를 두드린 채 지역투자에 적극적이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대전시의 요구인 KTX 호남고속철 서대전역 경유 문제를 책임회피식으로 결정해 호남과의 단절을 초래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던 국립철도박물관 대전 건립에도 키를 쥐고 있지만, 소식이 없다.

유성복합터미널은 소송에 휘말려 앞날을 기약할 수 없으며, 특별법이 시행됐음에도 795억 원에 달하는 옛 충남도청사 매입 시기가 정해지지 않아 활용방안에 동력이 붙지 않고 있다.

타 광역자치단체와의 경쟁이 불가피한 선거구 증설 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지역 정치권이 힘을 모으기로 했지만, 속내는 각자 달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문창기 대전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민선 6기는 지난해 7월에 출범했는데, 대전의 민선 6기는 시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와 재판 등으로 시작하지 않은 것과 같다”며 “새로운 시정이나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라도 법적 문제는 빨리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민선 6기 핵심 공약 사업들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권선택 시장이 내건 시민과의 약속사업은 8대 분야 95개 사업(임기 내 85개, 임기 후 10개)이다. 총 사업비만 4조 3393억 원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현재까지 완료된 사업은 11개다. 부진한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외 83개는 정상 추진되고 있다고 하지만, 시는 정부와의 협력 강화를 통한 법·제도 정비, 국비 확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과의 협력 강화 등이 사업 추진을 위한 핵심과제로 꼽고 있다.

그러나 수장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직사회는 복지부동하며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시 고위 관계자는 “시장의 거취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이들은 공무원일 것”이라며 “공약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그렇고, 하지 않을 수도 없어 결국 피해는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ㆍ건축분야 관행 철폐, 특정 분야 공무원 인사 대대적 개편 등 과감한 개혁 정책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는 “솔직히 선거법은 유권해석할 사안이 너무 많아 맘만 먹으면 다 걸리게 돼 있다”며 “이번 기회에 선거법상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더욱 명확하게 하는 등 선거 관련 수사와 재판을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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