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인플루엔자와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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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인플루엔자와 한의학

항바이러스제 남용보다 한방으로 면역력 강화를

  • 승인 2015-02-23 14:07
  • 신문게재 2015-02-24 9면
  • 박양춘 대전대둔산한방병원박양춘 대전대둔산한방병원
▲ 박양춘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호흡기면역센터 교수
▲ 박양춘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호흡기면역센터 교수
지난달 22일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200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인플루엔자 표본감시에서 인플루엔자 의심환자 수가 외래환자 1000명당 14.0명으로 유행주의 수준 12.2명을 초과해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하고 감염주의를 알렸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최근 인플루엔자 증상을 보이다가 폐렴으로 발전하여 입원하는 고령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번 설 연휴에 사람들이 대규모로 이동하고 새로운 접촉이 늘어나면서 인플루엔자의 전파가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연휴 기간에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도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미 북미, 유럽, 중국, 일본 등 북반구에 위치한 국가에서는 지난해부터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고 있어 이들 국가로 여행을 간다면 출국하기 전에 예방접종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인플루엔자를 포함한 전염성, 유행성 열성 질환은 한의학의 시행감모(時行感冒), 온역(瘟疫), 천행역려(天行疫 ) 등의 범주에 해당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춥고 더운 것이 때에 맞지 않으면 역병이 많이 생기며, 여러 사람들이 똑같은 병을 앓는 것은 유행성 역병으로 일반 감기처럼 치료해서는 안되고 보(補)하고, 흩고(散), 내리는(降) 치법을 써야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계절과 증상에 따라 이에 적합한 치료처방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역병이 유행할 때 정기산(正氣散)이나 향소산(香蘇散)을 미리 복용하면 예방할 수 있다고도 하였는데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하여 아직 예방백신이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루엔자의 고위험군에 속하거나 여행 등으로 노출의 위험이 높은 경우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인플루엔자의 치료에 사용하는 항바이러스제의 종류는 제한적이며 남용하게 되면 내성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수년간 인플루엔자 치료에 사용되어 왔던 리만타딘과 아만타딘은 내성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사용중단이 권고된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항바이러스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함으로써 꼭 필요한 환자가 사용할 물량이 부족해지거나 내성균의 등장으로 약 자체가 무력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2009년 세계적으로 신종 인플루엔자A(H1N1)가 유행했을 때 입원환자 406례를 분석한 중국 국가중의학관리국 보고서에 의하면 생감초, 박하, 금은화, 대청엽 등으로 구성된 한약 처방의 투여가 효과가 있었으며 양약만을 단독으로 투여한 경우보다 양약과 한약을 병용하였을 때 더 효과적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우리 교실에서는 480명의 상기도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전통 한약처방인 소청룡탕이 증상을 유의하게 감소시킴을 입증했다. 충북 일부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만성호흡기질환의 유병률과 인플루엔자를 포함한 호흡기질환의 한방 예방요법 수요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한방 예방요법의 필요성도 확인했다.

향후 이러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인플루엔자를 포함한 전염성 호흡기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일익을 담당하는 한의 예방과 치료기술을 구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세기 들어 항생제와 예방백신이 개발되면서 전염성 질환은 앞으로 쉽게 정복할 수 있는 질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교통 발달과 생태계 파괴로 인해 과거에 정복되었다고 여겨졌던 전염병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SARS, 신종 인플루엔자A, 중동호흡기증후군, 에볼라 바이러스까지 새로운 전염병들이 계속해서 번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의학적인 치료법인 정기를 북돋워 사기의 침범을 물리치는 부정거사(扶正祛邪)의 방법으로 면역력을 강화하여 질병에 대처하는 지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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