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보다 독한, 숨막히는 고통…만성폐쇄성 폐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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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보다 독한, 숨막히는 고통…만성폐쇄성 폐질환

염증반응으로 숨길 좁아져 호흡 방해, 심해지면 탈진·혼수상태 오가다 사망 한번 손상된 기관, 회복없이 만성 진행되니 폐 상하게 하는 흡연 피하고 독감 예방

  • 승인 2015-02-23 14:07
  • 신문게재 2015-02-24 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이슈와 건강] 만성폐쇄성 폐질환

▲ 나문준 건양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 나문준 건양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폐기능이 50%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도 별다른 증상이 없다. 이 때문에 기침 같은 흔한 증상이 나타나도 환자들은 대부분 지나치기 쉽다. 또한 이상이 발견되면 이미 심각한 상태로 진행됐을 수 있고 한번 손상된 폐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심하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바로 앞에 놓인 촛불을 끄기도 힘들 정도로 호흡량이 부족해진다. 운동은 물론 기본적인 생활도 어려워진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탈진, 혼수상태를 반복하다 결국 목숨을 잃게 된다. 폐암보다도 더 지독한 병이라고 입을 모으는 만성폐쇄성폐질환에 대해 건양대병원 호흡기내과 나문준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만성폐쇄성폐질환?=만성폐쇄성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은 흡연 등과 같이 유해한 물질을 흡입해 폐에 염증반응이 일어나 호흡이 곤란하게 되는 병이다. 기관지에서 허파꽈리에 이르는 공기 통로인 기도가 영구적으로 좁아지는 질환으로 기관지 내 주로 염증이 발생하는 만성 기관지염과 들이마신 산소를 혈관으로 전해주는 허파꽈리가 손상을 받아 터지는 폐기종, 아주 작은 소기도에 염증이 일어나는 소기도 질환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이유로 숨길이 좁아졌다 하여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3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전 세계적으로는 사망원인 4위로 꼽히고 있다.

폐암에 비해 덜 심각하다고 인식할 수 있으나 장기간 지속될 경우 호흡곤란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전혀 할 수 없을 정도로 생활의 질을 점차 떨어뜨리기 때문에 폐암보다 더 무섭고 힘든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발병원인=만성폐쇄성폐질환은 흔히 천식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으며 때로는 나이가 들어 생기는 질환으로 스스로 여겨 진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흡연이다. 작업장에서의 분진이나 대기오염이 원인일 수 있다. 음식을 조리하거나 태우면서 발생하는 연기를 들이마셔서 발생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흡연은 폐암 발생의 주요 원인이지만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원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장기간 담배를 피우면 염증세포가 기도 내에 증가하게 되고 증가한 염증세포에서 분비되는 여러 가지 매개물질들로 인해 허파꽈리의 벽이 녹아 터지게 될 뿐 아니라 다른 염증세포들을 더 모아들여 기도의 염증을 악화시킨다. 가래를 제거해주는 섬모운동을 억제시키고 담배 연기에 포함된 산화성 물질들이 정상적인 기관지나 허파꽈리의 세포를 죽여 기능을 억제시키기도 한다.

흡연자의 약 50% 이상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비흡연자의 경우에는 나이가 들면서 폐기능이 1년에 대략 30씩 감소되지만 흡연자의 경우에는 70~100씩 감소하기 때문에 비흡연자에 비해 폐기능이 3배 이상 빠르게 감소된다. 폐기능의 감소 정도는 흡연기간이 길수록, 흡연량이 많을수록 더 많이 발생할 수 있어 현재로서는 금연만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주된 증상은=기침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가장 흔한 증상이다. 초기에는 가끔씩 기침이 발생하지만 진행되면 매일 나타나며 하루 종일 지속되기도 한다. 기침 증상은 대부분 호흡곤란과 함께 나타나는데,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을 주지 않더라도 계속적인 기침이 일어나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에서는 기침 후 소량의 끈끈한 가래(객담)가 나오게 된다. 흡연을 많이 할수록 많이 생기는데 기침과 가래가 1년에 3개월 이상 연속해서 2년 이상 나타나면 만성 기관지염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호흡이 곤란해 장애가 있거나 불안해 의사를 찾게 된다. 호흡곤란은 계속 진행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진행될수록 운동할 때 호흡곤란도 더 심해진다.

가슴에서 쌕쌕하는 소리가 들리는 천명음은 주로 천식에서 보이는 증상이지만 만성폐쇄성폐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천식과 함께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노인의 경우에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진단방법=만성폐쇄성폐질환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진단할 수는 없다.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것은 폐기능 검사로서 이 검사를 통해 기도가 좁아져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면 확진할 수 있다. 또한 폐기능 검사를 통해 측정되는 폐기능 감소 정도에 따라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진행정도를 평가할 수 있다. 치료방향을 결정하고 치료에 따른 반응도를 평가할 수 있다. 흉부 엑스레이 사진은 심전도와 함께 기침, 가래 및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심부전증과 같은 심장질환과 기관지확장증, 폐결핵, 폐암, 폐렴과 같은 기타 호흡기질환을 감별 진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흉부 CT는 폐기종의 조기발견과 상태를 파악하거나 동반할 수 있는 폐암의 진단에 이용된다.

▲치료와 예방법=가장 큰 문제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만성적으로 계속 진행하는 질환으로 이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한번 손상된 호흡기관은 회복되지 않으며 일단 질환이 발생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고 남아있는 기능들을 유지하며 평생을 살아야하기 때문에 폐암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따라서 예방이 중요하며 악화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주로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금연이 최고의 치료이자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금연 10년 후에는 나이에 따른 폐기능 저하가 비흡연자와 동일 수준까지 이를 수 있다. 현재로서는 폐기능 보전에 가장 효과적인 유일한 방법이다. 금연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는 일상적으로 편하게 할 수 있는 행동요법과 약물요법이 있는데 약물로는 니코틴 보조제, 패치 등이 있어 전문의사와 상담하여 처방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완벽하게 낫게 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 다만 흡입용 기관지확장제는 일시적인 기도 폐쇄의 악화로 인한 호흡곤란 등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어 증상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흡입용 스테로이드제제나 지속성 기관지확장제 등은 급성적인 악화를 예방하거나 입원치료 빈도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기를 포함한 호흡기감염 등이 자주 반복되면 폐기능의 저하가 더 급격하게 일어나고 삶의 질을 많이 떨어뜨린다. 따라서 일반적인 감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예방을 해야 한다. 특히 독감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매년 가을에는 독감예방주사를 반드시 접종받도록 해야 하고 폐렴구균백신을 접종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악화방지를 위한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호흡곤란으로 인해 활동이 줄어들게 되면 뼈와 근육이 약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고 삶의 질은 점점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걷기나 계단 오르기, 자전거 타기 등 전신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팔 운동을 포함한 가벼운 체조가 도움이 된다. 호흡곤란이 심할 경우 입을 오므리고 숨쉬기, 하모니카나 빨대 등을 이용한 호흡운동으로도 호흡곤란을 극복하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저산소증이 심할 경우 장기간의 재택 산소요법은 삶의 질을 높이고 진행을 늦추어 사망률도 호전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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