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가시오… 22일 오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영옥 씨의 빈소에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눈물을 흘리자 딸 김예리 씨가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
향년 86세. 박근혜 대통령과 사촌 지간인 고인은 숙명여대 국문학과를 졸업 후 모교인 구미국민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다 삼촌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소개로 김 전 총리를 만나 결혼했다.
지난 15일은 김 전 총리와 고인의 64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고인은 김 전 총리가 6~10대·13~16대 9선 국회의원 및 두 차례의 총리직 역임,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3김(金) 시대'의 한 축을 이루는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을 걷는 내내 살뜰한 그림자형 내조를 했다.
생전에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부인 이본느 여사처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내조할 작정”이라고 말한 것은 고인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전 총리에 대한 평가 요청에 대해서도 “남편을 하늘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점수를 매긴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다만, 고인은 정치현안이나 민심의 소재 등을 김 전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김 전 총리가 지난해 9월께 허리 불편 등으로 입원한 고인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한 사실이 정진석 전 의원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정 전 의원은 당시 “김 전 총리는 부인 박영옥 여사에 대한 사랑이 극진합니다”라며 “얼마 전 병문안을 갔을 때 휠체어에 앉아 부인 곁을 꼭 지키며 안쓰런 얼굴로 간병하던 모습을 뵈었었죠”라고 애잔한 부인 사랑을 전했다.
특히, 지난 2008년께 뇌졸중으로 쓰려진 뒤 거동이 불편하지만 김 전 총리가 매일 이른 아침에 간병차 병원에 갔다가 오후 9시는 되어서야 돌아왔다는 게 측근들의 증언이다.
성완종 전 의원은 지난달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총리가 간병차 매일 병원에 갔다가 오후 9시가 되어야 돌아오신다고 말했는데, 구순의 나이에도 남편으로서 사랑하는 아내에게 헌신하는 것에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총리는 결혼 당시에도 '한번 단한번 단 한사람에게'(Once, only once and for one only)라는 영국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구절을 인용, 다정다감함을 보인 바 있다.
김 전 총리 측은 박 씨의 장례를 5일장으로 치르기로 했으며,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했다.
발인은 오는 25일 오전 6시 30분이다.
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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