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가기 부담스러워요” 건설업계 우울한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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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가기 부담스러워요” 건설업계 우울한 명절

가격경쟁 내몰린 중소업체, 공사비용 비해 적자 발생 직원 상여금 제대로 못 줘 “월급날 1주일 전… 현금 바닥”

  • 승인 2015-02-17 16:55
  • 신문게재 2015-02-18 5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건설경기가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자금이 넉넉치 않은 대다수 건설업체들이 설을 맞아 울상을 짓고 있다. 직원들의 경우에는 월급일보다 일주일가량 이른 설이 찾아온 터라 명절 나기가 두려워질 정도며 하도공사의 대금까지 늦춰지면서 중소건설사는 직원들의 명절 상여금도 제대로 지급할 수 없는 실정이다.

17일 지역건설업계에 따르면 중견건설업체인 A건설사는 2년전부터 직원의 명절 보너스를 없애고 이를 쪼개 연봉을 높여줬다. 이렇다보니 설 명절을 맞아 늘어나는 지출에 반해 통장에 입금되는 월급은 별반 차이가 나질 않는다.

게다가 이번 설 명절은 이달 월급 지급일보다 일주일 가량 빨리 찾아와 직원들의 통장 잔고가 바닥이 난 상태다.

이 회사 직원 김모씨는 “설을 맞았는데 현재 통장 잔고가 19만원에 불과하다”며 “설 선물은 카드로 산다고 해도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현금이 부족해 고향집으로 가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직원들 사정보다 어려운 것은 지역 중소 전문건설업체다.

공공물량에서 분리발주가 어려워 일감 부족현상을 빚고 있어 어쩔 수 없이 타지역 공사나 민간 종합건설업체의 하도급 공사를 추진해왔지만 이 마저도 사정은 더 어려워졌다.

실제 대전의 전문건설업계의 경우를 보더라도 지난해 실적이 전년대비 2000억원가량 늘었지만 지역 물량이 아닌, 상당수 타지 공사를 수주하다보니 관리비용이 2~3배 더 늘어난 상황이다.

B 전문업체는 수도권 사업을 수주받기도 했지만 현지 업체와의 가격 경쟁을 하다보니 오히려 공사비용 대비 적자를 낸 상황이다. 지역에서 공사 발주물량을 찾기가 어려워 관리비용 부담이 크더라도 타지역 공사를 수주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지역 건설업체의 하소연이다.

이렇다보니 매출은 늘더라도 수익이 적어 직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상여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민간공사는 공사대금을 조기에 받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조달청이 이번 설 명절을 앞두고 직접 관리하는 시설공사에 대한 공사대금을 조기집행해 일부 건설업계의 숨통이 트일 정도다. 전국 41개 1조6000여억 상당의 공사현장을 관리하고 있으며 이번에 지급되는 공사대금은 1290억원이다.

다만, 이마저도 전체 건설시장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어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은 설 명절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설 명절을 맞아 가족과 친척을 만나 넉넉하게 지내야 하는데 경기가 어렵다보니 그만큼 지갑도 가벼워졌다”며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명절이 찾아와도 누구 하나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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