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의 지역 패권구도 속에서 충청지역민이 그동안 느껴왔던 소외의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이유에서다. '캐스팅보트'역할을 하는 충청권이 선거에만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라, 충청출신의 총리를 통해 우리사회의 병폐인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인사청문회 당시 증인 자격으로 출석한 강희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의원(전북 정읍) 등에게 “충청도에서 총리가 나왔는데 호남분이 질문을 한다”고 핀잔을 준 것은 충청민심의 일면을 보여준 사례다.
정진석 전 의원도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충청 민심의 저변에는 DJP연합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탄생에 충청도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일종의 채권의식이 있다”며 “충청도 분들의 입장에서 문재인 대표의 '호남 총리' 발언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느낌을 줬다”고 적시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지역민들이 충청권 총리를 얼마나 갈망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 ±2.5%P·응답률 11일 7.9%·12일 8.3%·13일 8.3%)한 결과, 이 내정자에 인준에 찬성하는 충청권 응답자가 반대 측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이 내정자의 인준에 반대하는 충청권 응답자는 57.4%를 기록, 찬성(33.2%)보다 많았으나, 12일에는 찬성이 66.1%로 반대(31.2%)를 제치면서 이 내정자의 총리 인준을 찬성하는 쪽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13일 찬성과 반대가 65.2%대 29.2%로 각각 나타나면서 두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완구 총리 내정자 인준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여론이 역전된 것이다.
심지어 지역 일각에서는 이 내정자의 낙마시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야당에 대해 반감을 표할 것이라는 엄포마저 나온다.
대전과 충남 거리 곳곳에는 '충청 총리 낙마되면 다음 총선·대선 두고보자'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을 정도다.
때문에 문 대표의 충청총리 비하발언 및 호남고속철(KTX)의 서대전역 배제에 호남정치권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배제키 어려운 상황에서 충청권내 야당 측에서는 총리 인준 불발에 대한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충청권 4개 시·도당은 지난 13일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망언·망동을 되풀이 한다면 충청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도당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문 대표가 전날까지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해놓고 또 다시 마음이 반한 배경이 무엇이냐”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표가 여론조사 방식으로 총리 인준을 결정짓자고 한 제안에 대한 비판이다.
이들은 이어 “당초 문 대표는 대표후보 때 충청출신 총리가 지명되자마자 호남출신을 발탁했어야 했다며 대놓고 충청총리 불가 의사를 분명히 했다”면서 “충청민들 반발이 거세게 일었고, 언론의 질문에 떠밀려 억지에 가까운 사과의 발언을 했다”고 성토했다.
또 “(그런 면에서) 이 내정자의 국회 인준을 거부한 것도 문 대표의 '호남총리론'이라는 삐뚤어진 인식에서 기인했다”며 “문 대표는 이제라도 이성을 되찾고 먼저 충청인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제1야당 대표로서 시급한 민생살리기와 경기회복을 위해 이 시점에 무엇을 해야하는 지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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