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을 나흘 앞둔 15일 대전 서구 한민시장이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15일 오후 2시 서구 한민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김모(67)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에 주부들이 발길을 멈추고 몰려들었다. 해마다 제수용품 마련을 위해 한민시장을 찾는다는 주부들은 김 할머니의 통큰 인심덕분에 비닐봉지 한가득 나물을 사갈 수 있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대전지역에 지정된 전통시장 30여곳에서는 일제히 주말을 맞아 설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주부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민시장의 경우, 평상시 시장 전체 하루 매출은 대략 1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설 대목을 앞두고 줄을 잇는 소비자들로 매출이 급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인들의 얼굴엔 이미 함박 웃음이 내려앉았다.
이날 한민시장에서는 3m안팎 폭의 좁은 시장골목에 발 디딜을 곳 없이 소비자들로 채워졌다.
주말을 맞아 장을 보기 위해 찾은 인근 주민은 물론, 설 제수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서구 둔산동 주민들까지 시장을 찾았을 정도다.
주부 한영미(61·서구 둔산동)씨는 “해마다 설 제수용품은 전통시장에서 구입하는데 올해에는 며느리와 함께 시장을 찾았다”며 “간소화된 문화 탓에 대형마트에서 제수용품을 구입하는 사람도 많지만 며느리에게도 전통시장의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부들이 전통시장으로 몰려드는 데는 저렴한 가격과 함께 시장 곳곳에서 맛볼 수 있는 전통음식 때문이기도 하다.
중구 태평시장의 경우, 제수용품 판매 상가의 틈 속에서 전통 전이나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 이내 장을 보러나온 주부들의 쉼터가 돼 버렸다.
방앗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주부들은 갓 나온 가래떡을 맛보는 재미에 전통시장을 해마다 찾는다고 한다.
이와 함께 그동안 전통시장의 변화 역시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끌어모으는 데 한몫했다. 현대화사업을 비롯해 주차장 시설 확보 등 소비자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시설 투자에 정부 지원이 이어졌다.
또 대전지역 내 대규모 점포의 전통시장 지원 정책 등도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지역 내 대규모점포 18개 업체와 전통시장 16개소 상인회가 1대 1 상생협약식도 가졌다. 이를 통해 대규모 점포는 전통시장에 경영마케팅을 비롯해 고객관리 기법 등을 전수하는 등 전통시장의 새로운 서비스를 기대케 하고 있다.
김용길 한민시장 상인회장은 “침체됐던 전통시장이 설 명절을 앞두고 손님이 늘어나면서 상인들도 서비스에 한껏 신경을 쓰고 있다”며 “이미 상품에 대한 위험성을 없앴으며 인심과 가격, 먹거리 등 다양한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맞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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