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내놓은 도시·건축행정 개혁방안은 상당히 과감하다. 오랜 관행을 과감히 깨고 새 틀을 짜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숱한 개혁 방안들이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문화되거나 폐지돼 휴지통으로 들어간 사례는 수없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도시·건축 분야는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한번 굳어진 콘크리트와 같다. 혁파하지 않으면 좀처럼 변화가 없다.
이번 개혁안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두 가지가 중요하다. 바로 공직과 교수사회의 관행 철폐, 즉 기득권 내려놓기다.
업계에서는 도시·건축 심의 과정에서 '관계부서 협의'와 '협의의견 반영' 폐지에 대해 상당히 고무적이다.
법적 근거도 없는 이 절차 때문에 사업주들은 골치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한 건설사 대표는 “한시가 급한 우리 입장에서는 두 단계를 거치기까지 걸리는 시일 때문에 손해가 크다”며 “여기에 과도한 요구까지 많아 피해가 많다”고 말할 정도다.
공직사회의 오랜 관행을 철폐하는 것으로, 대전시가 '전국 최초 시행'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의미에서다.
'1회 통과'라는 빠른 심의 방안도 마찬가지다.
위원들의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의견 남발 등으로 심의기간이 불필요하게 많이 걸리는 게 현실이다. 요구 사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말대꾸를 하면 혼쭐이 나는 분위기다. 위원들의 '갑질'이라 할 수 있다.
문제점 지적 중심이 아니라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자문과 조력 역할로 위원회 위상을 재정립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공익성을 내세우며 여러 조건을 얘기하지만, 사실 업체 입장에서는 너무 부당한 게 많다”고 말했다.
각종 관련 규제 완화와 개선, 인·허가 과정 50% 감축 등의 개혁방안도 효과를 내기 위해선 공무원과 심사위원의 인식 개선이 선결과제다.
모 건축사무소 대표는 “부당하고 비효율적이라고 호소하는 사업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호락호락하지 않겠지만, 변화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전문수 대한주택건설협회 대전충남도회 회장은 “성공하기 위해선 관·학계의 도움이 필수”라며 “공직사회에서 먼저 나선 만큼, 업계도 적극적으로 나서 관행을 철폐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정무호 시 도시주택국장도 가장 큰 걸림돌로 공직과 교수사회의 행태를 꼽았다.
국장이 직접 태스크포스팀장을 맡고 도시주택국은 물론, 5개 구청 도시·건축 관련 책임자와 실무자들을 직접 만나 취지를 설명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화살이 집중될 수 있는 심의위원 물갈이까지 단행하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정 국장은 “절대적 힘을 가진 이들의 우월적 의식을 바꾸고 저항감을 극복해야 한다”며 “공무원과 교수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도 병행해 개혁을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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